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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되는 K-리그 클래식, 다시 살펴본 징크스의 세계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8-01 07:41



천적의 틀, 오묘한 먹이사슬은 K-리그 클래식 최고의 흥행 포인트다.

2012년이 정점이었다. 시즌 중반까지 선두 다툼을 벌이던 FC서울, 전북, 수원의 삼각 구도가 절묘하게 형성됐다. 전북>수원, 서울>전북, 수원>서울의 방정식이었다. 전북은 수원의 천적이었지만 서울만 만나면 작아졌다. 반면 서울은 '슈퍼매치' 축제에서 수원에 주인공 자리를 내주곤 했다.

기류가 바뀌었다. 2012년 말부터 천적관계의 부등호에 변화가 생겼다. 수원에 강했던 전북은 먹이사슬 관계에서 윗자리를 내줬다. 전북은 2012년 11월 11일 수원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6경기 연속 수원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무4패의 기록이다. 그러나 전북은 서울전 부등호를 등호(=)로 바꿨다. 전북은 2013년 5월 5월, 서울에 1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서울전 7경기 연속 무승행진(3무4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어린이 날' 승리를 시작으로 최근 5차례 대결에서 두 팀은 1승3무1패로 호각세를 보이고 있다. 슈퍼매치의 '주인'도 바뀌었다. 2013년 8월 3일, 서울이 상암벌에서 수원을 함락시켰다. 서울은 수원전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의 사슬을 끊었다. 전환점이었다. 슈퍼매치의 양상이 바뀌었다.서울은 최근 수원을 상대로 3연승을 질주 중이다.

2년 전 K-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천적관계는 2014년 클래식 그라운드에 없다. 대신 징크스가 새롭게 자리 잡았다. 지난해 2관왕(클래식, FA컵)을 달성했고, 올시즌에도 클래식 선두를 질주 중인 포항이 징크스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은 전북만 만나면 신이 난다. 지난해 9월 8일, 3대0으로 승리를 따낸 이후 6경기 연속 무패행진(5승1무)을 달리고 있다. '무승부'의 이면에는 환희가 있다. 지난해 FA컵 결승에서 포항은 전북과 연장 120분 혈투 끝에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남았지만 포항은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FA컵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본격적인 '전북 사냥'의 시작이었다. 이후 포항은 전북에 리그 2연승을 거뒀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대결에서도 2연승으로 전북의 ACL 우승 도전을 막아섰다. 현재 선두 포항(승점 34)은 전북(승점 32·2위)에 승점 2점 앞서 있다.

포항은 전북 이외에도 올시즌 클래식 상위·중위권에 포진해 있는 팀들에 악몽을 선사하고 있다. 3~5위 제주(승점 30·골득실차 4), 전남(승점 30·골득실차 3), 수원(승점 29)에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에는 6경기(4승2무), '포스코 형제'인 전남에는 10경기(6승4무), 수원에는 8경기(7승1무) 연속 패배가 없다. 포항만 만나면 눈물을 쏟아내던 전북은 '더비'에는 강했다. 전남과의 '호남더비'에서 5승3무로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2012년 이후 열린 울산과의 '현대家 더비'에서도 7승4무1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밖에 대표적인 징크스로 제주의 서울전 무승행진이 있다. 제주는 2008년 8월 27일 이후 서울전 19경기 연속 무승(7무12패)에 시달리고 있다. '탐라대첩', '의리 마케팅'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무승 고리를 끊지 못했다.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재개되는 클래식 18라운드에서도 징크스가 대세다. 6경기 모두 무패행진 혹은 무승행진으로 얽혀 있다. 성남은 상주에 5경기(4승1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울산은 인천을 상대로 최근 5경기에서 3승2무를 기록 중이다. 제주는 부산에 강했다. 7경기 무패행진(6승1무)을 질주 중이다. 반면 수원과 전남, 경남은 각각 포항과 전북, 서울에 1무7패, 3무5패, 3무5패로 각각 8경기씩 무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징크스의 세계는 오묘하다. 후반기 순위 경쟁이 치열해질 클래식 그라운드에 새로운 흥행 포인트가 등장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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