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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시대다.
'스틸타카' '쇄국축구', K-리그의 대표 브랜드다. 사상 첫 더블(리그-FA컵 동시 제패)의 영광을 썼고, 올 시즌도 리그 선두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는 스쿼드를 두고 모두가 실패를 노래했다. 그러나 유스 시스템 속에서 꿈을 키우고 자란 선수들의 톱니바퀴 조직력과 황선홍 포항 감독의 피나는 노력은 포항을 한국 축구 정상의 자리로 이끌었다. 지난 2년 간 포항은 말 그대로 최고였다.
황 감독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은 지난해 우승팀 감독 자격으로 '팀 K-리그'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정작 함께 싸운 제자들은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올스타전 팬 투표 결과에) 솔직히 나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포항이 지난해 챔피언이고 올해도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팀에서 베스트11에 1명도 뽑히지 않았다. 의아스러웠다. 1위를 한 다른 선수들과 경쟁도 안되더라. 이적한 (이)명주가 있었다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제자들 스스로 가치를 끌어올리라고 주문했다. 황 감독은 "결국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골 세리머니도 멋지게 하고 팬들에게 응원도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을 잘 포장하기 위해선 나의 노력도 필요하다. 선수들과 함께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클래식 16라운드 현재 포항의 승률은 62.5%에 달한다. 클래식 12팀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그라운드를 휘젓는 패스와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압박 모두 지난해 더블과 동색이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를 찾아야 하는 현실은 슬프기만 하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