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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휴식기 후 FC서울은 K-리그 클래식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무패 행진 중이다. 클래식에서는 1승3무, FA컵 16강전에서 3연패를 노리는 포항을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승점 18점(4승6무6패)으로 클래식 순위는 7, 8위를 넘나들지만 경기력은 극강이다. 상위권의 전남(5일·2대2 무), 포항(9일·0대0 무), 제주(19일·1대1 무)와의 원정경기에서 패전은 없었다. 오히려 상대 팀이 무승부에 만족할 정도로 탄탄한 경기 운영을 자랑했다. 반면 안방에서는 적수가 없다. 슈퍼매치에서 12일 수원을 2대0으로 따돌린 데 이어 16일 포항(2<4PK2>2)을 물리쳤다.
서울의 현재 위치는 그룹B다. 하지만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역시 '언제'가 중요하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 여전히 1% 부족하다.
19일 제주 원정이 서울의 현주소였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아픔이었다. 16일 포항과의 120분 연장 혈투에 이은 사흘 만의 제주 원정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시나리오대로 됐다.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지켰고, 후반 중반 이후 공세로 전환했다. 후반 44분 새롭게 둥지를 튼 에벨톤이 K-리그 복귀전에서 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분 뒤 드로겟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그쳤다.
골을 넣은 후 5분을 조심해야 한다. 골에 도취되는 순간 집중력은 흐트러진다. 서울이 그랬다. 1분도 버티지 못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대충' 플레이하다 일격을 당했다. 경기 막판 한계에 다다른 체력적인 부담은 아군도, 적군도 마찬가지다. 한 발 더 뛰는 팀이 결국 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끈을 놓아버린 결과, 승점 3점은 사라졌다.
22세인 서울의 미래 윤일록의 부진도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몰리나의 복귀로 숨통이 트였다. 여름이적시장에서 겉돌았던 하파엘이 나가고, 에벨톤이 수혈됐다. 공격력이 더 강력해졌다. 그러나 '필수 자원'인 윤일록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제주전에서 벤치에서 대기했다. 지친 차두리가 통증을 느끼자 전반 28분 긴급 투입됐다. 하지만 한때 서울의 구세주로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그의 이름 석자는 없다. 윤일록의 부진은 이날 경기 뿐이 아니다. 최근의 경기력이 모두 기대이하다. 최 감독의 고민이다.
강팀과 그저 그런 팀의 격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마지막까지 정신줄을 놓아선 안된다. 불문율이다. 또 선수가 이름값의 유혹에 빠지는 순간 팀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제주전 후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타이트한 일정속에서 힘든 게임을 예상했다. 한 골 싸움이었다. 득점 후 실점한 것이 아쉬웠다"며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실망스러웠다. 팀이 원하는게 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일부 선수들이 환상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을 발판 삼아서 승부처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워야 한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욕심과 열정만으로 안된다. 스스로 깨닫고 있는 과정이다. 선수들도 이 경기가 자극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올시즌 원정에서 1승(4무3패) 뿐이다. 탈출구는 멀지 않다. 부족한 1%를 채워야 그룹A로 올라설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