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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슬픈 월드컵이었다.
첫째, 감독 선임에 앞서 한국 축구 스타일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스타일에 맞는 감독을 뽑아야 한다. 이름값에 취해 감독을 선임하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물론 유명하다고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름값보다 한국 축구와 감독 철학이 일치해야 된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축구 스타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성공 확률이 낮다. 결과에만 매몰돼서도 안된다. 내용과 결과를 50대50으로 놓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 축구 스타일을 단계별로 향상시킬 수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의 성공은 4~5년 만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20년 전부터 유소년 축구에 변화를 주었다. 독일축구협회가 기본방침을 세우고 브라질 유소년 지도자를 영입해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기술적인 훈련을 한 결과다. 한국 축구도 '일확천금'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셋째, 이젠 더 길게 봐야 한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포인트를 맞춰서는 안된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보고 설계해야 된다. 그래야 성공한다. 2022년까지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선임하고 4년 후 재평가해 더 보완하는 길이 최고의 해법이다. 감독 선임에 따른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할 수 있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 한국 축구를 변화시키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목표도 쓸데없이 높이 잡을 필요가 없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실패한 한국 축구가 러시아월드컵에서 목표를 8강으로 잡는다면 소도 웃는다. 기다리면서 팀 내실을 끌어올렸을 때 비로소 8강 목표를 이야기할 수 있다. 독일, 네덜란드,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에서 만나 한국 축구가 어떤 결과를 낼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만큼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독일축구협회를 본받아야 한다.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헌신하고 싸울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치밀하게, 더 냉정하게, 더 단단하게 준비해야 한다.
전 국가대표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