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보경 "이청용 카디프 합류한다면..."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7-16 07:32


◇김보경이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영국으로 출국하기 앞서 가족,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상파울루의 밤은 눈물이었다.

벨기에전을 마친 김보경(25·카디프시티)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경기의 피로 때문이 아니다. 회한이 묻어 있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목표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러시아전 후반 39분, 벨기에전 후반 21분 교체투입이 전부였다. 팀도 무너졌다. 2번째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던 다짐은 물거품이 됐다. 그라운드를 빠져 나온 뒤 라커룸에서 굵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3주가 흘렀다. 김보경에게 다가오는 새 시즌은 반전의 무대다. 15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영국 카디프로 출국한 김보경을 스포츠조선이 직접 만났다.

3주 간의 '힐링캠프'

김보경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쉼없이 달렸다. 카디프에서 리그 최종전을 마치고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이후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거쳐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 치렀다. 다른 선수들보다 휴식이 늦어진 김보경을 위해 카디프는 3주 간의 휴가를 줬다. 김보경은 지난달 30일 귀국 뒤 외부 활동을 자제한 채 휴식에 올인했다.

상파울루의 그늘은 사라졌다. 출국을 앞둔 김보경의 표정은 밝았다. "잘 쉬었다.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가족들과 여행을 했고, 친구들 얼굴도 봤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웃음)." 홍명보호의 아픔은 홍명보 감독의 몫 만은 아니다. 그라운드에 나섰던 선수들의 마음은 천근만근이었다. 마녀사냥식 비난 역시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심적인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김보경은 "월드컵에서 후회없이 싸우고 돌아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며 소속팀에서의 활약과 대표팀에서의 반전 모두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카디프 잔류 속내는?

카디프에서 맞이하는 3번째 시즌이다.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2년 세레소 오사카를 떠나 입단한 카디프는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이었다. 김보경은 데뷔 시즌 팀 승격에 일조하면서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밟았다. 힘이 부족했다. 카디프는 지난 시즌 EPL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챔피언십으로 강등됐다. 김보경을 영입했던 말키 맥케이 전 감독의 자리에는 현역시절 맨유서 '동안의 암살자'로 불렸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앉아 있다. 김보경과 카디프의 계약 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김보경은 카디프와의 의리를 지키기로 했다. 강등된 소속팀을 그냥 두고 떠날 순 없었다. "아직은 카디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김보경은 "승격 시켰던 소속팀이 강등을 한 만큼, 그에 대한 반성과 재승격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단 카디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좋은 기회가 온다면 (이적을)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청용과 발을 맞추는 꿈

김보경의 지상과제는 주전경쟁 승리다. 지난 시즌 카디프가 EPL에서 치른 38경기 중 28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면서 쌓아올린 출전 기록은 만족스럽다. 그러나 중앙과 측면에서 섀도 스트라이커, 윙어 역할을 했던 만큼 1골이라는 공격포인트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카디프는 EPL 재승격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5골을 쏘아 올린 하비 게라를 영입한 데 이어 한때 맨유의 기대주였던 페데리코 마케다(이탈리아), 지난 시즌 챔피언십 레딩에서 15골을 기록한 공격수 애덤 르폰드레를 영입했다. 부진했던 공격 보강에 올인하고 있다. 김보경이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보경은 기대감과 승부욕이 넘친다.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김보경은 "지난 시즌 도중 (카디프) 감독님이 바뀐 뒤 팀 재건 시간이 짧아 변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준비기간도 길고 팀도 변화할 것"이라며 카디프의 선전을 내다봤다.

이날 영국 현지 언론에선 '카디프가 이청용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청용의 합류는 외로운 싸움을 펼쳐온 김보경에게도 희소식이다. 이에 대해 김보경은 "소식을 들었다. 아직 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없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만약에 우리 팀에 (이)청용이형이 온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본인 생각이 어떨지 모르겠다. 영국에서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물어봐야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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