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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의, 이근호에 의한, 이근호를 위한 날이었다. 경기력은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미소를 보였고, 팬들은 이근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월드컵 스타'의 위력이었다.
이근호(상주)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K-리그 클래식 경기에 나섰다. 9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클래식 14라운드에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전했다.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이근호는 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다. 상주는 2대0으로 승리, 월드컵 휴식기 이후 2연승을 달리며 승점 17(3승8무3패)로 7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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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이근호의 임무는 조커였다. 슈팅은 1개에 그쳤지만 활동량은 여전했다. 화려한 발재간으로 수비수 2~3명을 거뜬히 제쳤다. 반면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는 3~4차례 볼 컨트롤 실수를 했고, 미끄러지며 수차례 그라운드에 넘어졌다. 그럼에도 동료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플레이로 팀을 위해 헌신했다. 상주는 이근호가 투입된 이후 권순형과 이상호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마친 이근호 아쉬움 가득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경기에서 졌으면 아마 영창에 갔을 만한 경기력이었다. 준비가 안돼 있으니 플레이가 안된 것 같다. 그래도 이긴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월드컵과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긴 휴식'이었다. "휴가를 생갭다 많이 주셨다. 휴가 기간동안 충분히 쉬었고 지인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오래 쉬다 보니 아무래도 다리에 힘이 없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많이 뛰는 것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진한 경기력에도 팬들은 이근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그의 이름을 외쳤다. 월드컵 이후 그는 '월드컵 스타'가 되어 있었다.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이근호의 축구를 보는 '눈'도 바꿔 놓았다. 그는 "월드컵에 가기전에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보답을 한 것 같아 기쁘다. K-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월드컵을 경험하면서 조금 더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다. 월드컵을 치르고 나니 다른 큰 목표가 생겼다. 목표는 나중에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상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