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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자국이 너무도 선명했다. 25일 새벽(한국시각) 브라질 나타우 에스타디오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D조 최종전,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4분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가 문전 몸싸움 중 느닷없이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유벤투스)의 왼쪽 어깨를 깨물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공포의 '핵이빨'을 재가동했다. 키엘리니는 쓰러졌고, 수아레스 역시 입을 감싸쥐며 쓰러졌다. 마치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이를 부딪친 것처럼 행동했다. 느린 화면에는 수아레스가 어깨를 무는 장면이 정확히 포착됐다. 주심은 물론 부심도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 키엘리니가 어깨에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보여주며 반칙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루과이는 후반 37분 고딘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이겼다. 극적인 16강행을 확정했다. 그러나 16강행의 기쁨보다 수아레스 '핵이빨'의 충격과 부끄러움이 컸다.
수아레스의 핵이빨 '이번이 세번째야'
그러나 수아레스의 '악벽'은 절체절명의 16강 결정전에서 또다시 튀어나왔다. 반드시 이겨야 사는 경기에서 후반 34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대로 비길 경우 이탈리아의 16강행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0-0으로 팽팽한 위기상황, 스트라이커로서의 부담감과 빗나간 승부욕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어깨를 물린 키엘리니는 격분했다. "수아레스를 퇴장시키지 않은 것은 기가 막힌다. 이빨 자국이 선명했고, 어깨를 문 이후 '다이빙' 연기까지 했다.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수아레스는 혐의를 부인했다. "운동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나는 그의 어깨와 부딪쳤고,눈부분을 강타당했다. 그뿐이다"라고 항변했다. FIFA는이 사안에 대한 사후조사에 나섰다. 규정에 의거, 최대 24경기까지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월드컵 역사상 최장 징계는 1994년 미국월드컵 8강전에서 이탈리아의 마우로 타소티가 팔꿈치로 루이스 엔리케의 코를 가격한 후 받은 8경기 출전정지다.
수아레스는 왜 무는 것일까?
수아레스는 도대체 왜 자꾸만 무는 것일까. 수아레스는 이달초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의 인터뷰에서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가 과열될 때의 극심한 좌절감이 문제다. 매순간 작은 리액션들을 하게 되는데,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됐던 일들이 때로는 크게 발현된다. 내 행동의 반응이나 영향에 대해 의식 못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수아레스는 "나는 모든 볼과 싸운다. 모든 게임에서 이기길 원한다. 경기에서 질 때면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수아레스가 상대를 깨문 3경기 정황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아약스 시절의 에인트호벤전, 리버풀에서의 첼시전 모두 강호, 라이벌과의 빅매치였다. 월드컵 16강행을 결정짓는 이탈리아전은 말할 필요도 없다. 33도의 기온, 91%의 습도, 그리고 후반 34분 0-0, 이겨야 사는 상황에서 몇차례 결정적 찬스를 날려버린 수아레스는 이성을 상실했다. 유아적 멘탈이 또다시 발현됐다.
존 헨리 리버풀 구단주는 수아레스의 엽기적 행각을 이렇게 설명한다. "구단의 모든 선수들은 루이스가 좋은 사람이자, 위대한 동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그가 과도하게 경쟁적이고,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수아레스는 99% 좋은 사람이지만, 1%의 이기고자 하는 욕구가 모든 것을 넘어설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 엄청난 실수들을 저지른다."
수아레스는 월드컵 직전 인터뷰에서 "나는 악동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 나는 언론에 비쳐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최고의 시즌 직후, 최고의 월드컵, 최고의 스타덤을 꿈꿨던 수아레스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의 재능을 망쳤다. '발 대신 이를 쓰는 엽기적인 축구선수' '핵이빨 해트트릭'으로 월드컵 야사를 장식하게 됐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