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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무적함대는 이제 만사나레스 강(마드리드를 관통하는 강) 위 유람선 신세가 됐다. 축구의 종가로 한껏 폼을 잡던 삼사자 군단은 리젠트파크(런던의 공원) 내 동물원 속 고양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조별리그 초반 2연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스페인과 잉글랜드.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고 있는 두 강호가 월드컵 실패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양 국의 온도차는 크다.
스페인은 16강 진출 실패에 다소 수긍하는 분위기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칠레와의 2차전에서 0대2로 지고난 뒤 "대표팀의 문제가 나때문이라면 떠나겠다. 나의 사적 욕심보다는 대표팀과 축구협회의 이익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6년까지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에 스페인 언론들도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비치고 있다. 스페인 유력지 아스는 19일자 신문 1면에 '미안해하지 마라(no pidais pedron)'고 썼다. 동시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이케르 카시야스의 사진 위로 유로 2008,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우승 사진을 함께 내걸었다. 그동안 많은 기쁨을 안겼으니 이번 패배에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호르헤 페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도 "델 보스케 감독이 사임한다고 해도 우리는 남아달라고 설득하겠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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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