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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매치업]'두번째 충돌' 보아텡 형제의 얄궂은 운명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6-20 06:11


얄궂은 운명이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째다. 지난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브라질월드컵에서 또 만나게 됐다. 함께 대표팀에서 뛸뻔 했던 두 형제가 가슴에 다른 국가를 새기고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가나의 미드필더 케빈 프린스 보아텡(27)과 독일의 수비수 제롬 보아텡(26), '보아텡 형제' 이야기다.


ⓒAFPBBNews = News1
두 형제의 엇갈린 운명

케빈과 제롬은 가나 출신 독일 이민자 아버지와 각각 다른 독일인 어머니를 둔 이복형제다. 케빈을 낳은 어머니는 독일의 전설적인 축구선수인 헬무트 란의 사촌이다. 그래서인지 형제는 자연스럽게 축구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헤르타 베를린에서 함께 데뷔한 두 형제는 일찌감치 독일 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케빈과 제롬 모두 독일 각급 대표팀을 거쳤다. 2009년까지는 독일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다.

둘의 운명이 엇갈린 것은 남아공월드컵이 열린 2010년이었다. 동료들과 잦은 마찰로 '찍혔던' 케빈은 좀처럼 A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반면 제롬은 요아킴 뢰브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월드컵 출전을 갈망하던 케빈은 아버지의 나라인 가나 대표팀을 택했다. 끈끈했던 우애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포츠머스에서 뛰던 케빈이 첼시와의 FA컵 결승에서 독일 대표팀의 간판인 마하엘 발락에게 심한 파울을 범했다. 발락은 발목을 다치며 남아공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이 사건 후 케빈과 제롬은 심하게 다퉜다.

하지만 형제애는 뜨거웠다. 적으로 만났던 그라운드가 화해의 무대였다. 남아공월드컵 D조 최종전에서 만난 두 형제는 경기 전 악수를 나누며 진한 눈빛을 교환했다. 케빈은 풀타임, 제롬은 73분간 뛰며 쉴새 없이 부딪혔다. 결과는 독일의 1대0 승리. 가나와 독일은 나란히 16강에 진출했다. 이후 두 형제는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 받고, 함께 휴가를 가는 등 예전의 우애를 되찾았다.

피를 나눈 형제지만 둘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케빈은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강하다. 종종 그 성격이 문제가 돼 경기장 안팎에서 잡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과거 AC밀란의 우승 축하연에서 마이클 잭슨 춤을 추고, 카타르 방송 알 자지라의 개국 기념 메시지에서 노래를 선보이는 등 예술적 감각도 갖고 있다. 반면 제롬은 온순한 성격이다.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리며 언행이 신중하다. 경기장 밖에서 안경을 자주 착용하는데, 이때 뿜어져 나오는 지적 이미지가 제롬을 대변한다.

두 형제는 다시 한번 16강 문턱 앞에서 만난다. 케빈의 입장이 더 절박하다. 1차전에서 미국에 1대2로 역전패했다. 설상가상으로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제롬은 1차전 포르투갈전 4대0 완승으로 여유가 있다. 제롬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완벽히 막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두 형제의 두번째 충돌 결과는 2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포르탈레자 에스타디오 카스텔랑에서 나온다.


ⓒAFPBBNews = News1

주말에도 빅매치는 계속된다

가장 눈에 띄는 주말 매치는 D조 이탈리아-코스타리카전(21일 오전 1시), E조 스위스-프랑스전(21일 오전 4시)이다. 네 팀은 나란히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는 안드레아 피를로의 환상적인 플레이메이킹에 마리오 발로텔리의 득점력이 궤도에 올랐다. 코스타리카는 조엘 켐벨을 앞세운 역습이 장점이다. 스위스는 에콰도르에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남미징크스를 탈피했고, 프랑스는 본선에 돌입하자 '아트사커'가 부활했다. 2차전에서 승리하는 팀은 사실상 16강을 확정짓는만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22일 오전 1시 경기를 치르는 아르헨티나는 약체 이란을 만난다. 월드컵 징크스를 넘고 골을 기록한 리오넬 메시가 이란을 상대로 몇골을 터뜨릴지가 관심사다. 이란과 0대0으로 비긴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에 1대2로 석패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22일 오전 7시)는 F조 2위 자리를 놓고 혈전을 펼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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