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분석]결국 박주영이 터져야 알제리 잡는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20 06:10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1대1 무승부를 거둔 홍명보호가 19일 오전(한국시간) 훈련캠프인 이구아수 플라멩고 경기장에 도착해 회복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을 준비하던 이근호가 박주영에게 웃으면서 얘기를 건네고 있다.
18일 쿠이아바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대표팀은 23일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 스타디움에서 알제리와 2차전 승부를 펼친다.
이구아수(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9/

한국의 박주영이 러시아전에서 슈팅기회가 무산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8/

박주영(29·아스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근호(29·상주 상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4년 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함께 나눈 절친의 부활이었다. 사연도 교차했다. 박주영은 러시아전(1대1 무)에 원톱으로 선발 출격했지만 체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후반 10분 만에 이근호와 교체됐다. 12분 뒤 이근호가 그를 대신했다. 대한민국의 첫 골을 터트렸다. 친구의 갱없는 드라마라 더 특별했다. 박주영도 감격스러웠다.

다시 원점이다. 정말 운명의 시간이다. 대한민국이 23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포르투알레그레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에서 알제리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을 치른다. 경우의 수는 없다. 2회 연속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알제리는 월드컵 전부터 '1승 제물'이라고 했다. 현실이 돼야 한다. 알제리에 패하면 조별리그 통과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그래서 박주영이다. 결국 원톱 박주영이 터져야 알제리를 잡을 수 있다. 그럼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맥을 짚어봤다.


그래픽=

문성원 기자
러시아전 원톱 아닌 원톱

박주영은 러시아전에서 화력이 분산됐다. 압박은 최전방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렇게 했다. 공격적인 전방 압박을 가했다. 동시에 광활한 활동 반경도 자랑했다. 좌우, 중원으로 쉴새없이 진출하며 공간을 창출했다. 또 측면에서 제공권 싸움을 벌이며 중앙으로 이동하는 동료에게 연결했다. 55분간 무려 6.384km를 뛰었다. 가장 많이 뛰는 미드필더에 버금가는 거리를 소화했다.

그 결과, 정작 중앙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슈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전반 8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쇄도, 이청용의 스루패스를 잡으려다 놓친 것이 유일한 찬스였다.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다양한 임무로 골에 집중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러시아전의 박주영은 '수비형 원톱'에 가까웠다.

알제리전 임무는 단순해야


알제리전은 달라져야 한다. 우선 정리가 필요하다.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25·마인츠)과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박주영과 구자철은 동선이 겹칠 때가 꽤 있었다. 박주영이 더 깊게 포진하고, 구자철은 미드필드까지 진출해 연계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하지만 구자철이 박주영과 동일 선상에 포진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박주영이 설자리를 잃는 경우다. 활로를 찾기 위해 측면과 미드필더로 움직이면서 체력을 소진했다.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압박, 공간 창출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좀 더 단순한 패턴으로 돌아가야 한다. 골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중앙에서 역할이 중요하다. 수비라인을 더 끌어내려 넓은 공간을 확보하면 동료들에게도 득이다. 체력 고갈에서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수비 뒷공간을 활용하는 배후 침투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구자철은 대각선 아래에 포진, 박주영을 좀 더 자유롭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슈팅을 아낄 필요도 없다. 공간이 열리면 반박자 빠른 대응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야 한다. 문을 두드려야 열 수 있다. 박주영의 알제리전 임무는 첫째도 골, 둘째도 골이다.

4년 전의 추억 그리고 브라질

4년 전 남아공월드컵은 파란만장했다. 지옥과 천당을 경험했다. 월드컵 첫 골이 자책골이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1대4 패), 전반 17분이었다. 메시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크로스 한 볼이 그의 오른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에 꽂혔다. 어이가 없는 듯 그는 허공만 바라봤다. 닷새 후 대반전이 있었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2대2 무)이었다. 후반 4분 제대로 된 월드컵 첫 골을 터트렸다. 전매특허인 프리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브라질에서는 알제리전이 분수령이다. 그는 러시아전 다음 날인 19일 회복이 아닌 정상 훈련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향한 채찍이었다.

4년 전 추억을 되살려야 한다. 박주영의 알제리전 화두는 대반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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