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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8강전. 지동원의 발끝에 '종가' 영국이 무너졌다. 선덜랜드에서의 부진을 떨친 멋진 골이자 홍명보호의 런던 동메달 신화를 쓴 작품이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지동원의 간절함이 보여 출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2년이 흘렀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 섰다. 하지만 지동원은 18일(한국시각)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펼쳐진 러시아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서 벤치를 지켰다. 출격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내내 구슬땀을 흘리면서 출전을 준비해왔던 지동원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만하다.
지동원은 19일(한국시각) 브라질 이구아수의 플라멩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월드컵대표팀 회복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선수니까 경기에 나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1명의 선수들이 축구를 하는 것"이라며 "팀을 위한 희생이 중요하다. 뛰지 못하더라도 항상 준비를 하고 있다. 1분이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다른 생갭다는 무득점을 끊은 게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23명의 선수 중 (간절함의 순위가) 몇 번째라고 말하긴 어렵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보고 축구를 시작했다. 저 무대에 내가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그 무대에 있는 만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 팀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설령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전 무승부로 분위기는 달아 올랐다. 평가전 2연패로 처졌던 선수단의 분위기도 반전했다. 그러나 23일 포르투알레그리에서 펼쳐질 알제리와의 H조 2차전 승리는 지상과제다. 지동원은 "선수들이 쿠이아바에서 자신감을 회복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 이구아수에 왔을 때보다는 좋은 분위기"라며 "알제리-벨기에전을 봤다. 알제리 공격수들이 빠르고 개인기가 좋다. 쉬운 상대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알제리가)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벨기에를 상대로 수비를 내려서 하긴 했지만, 우리랑 할때는 어떻게 나올 지 모른다. 좋은 선수들이 있다. 이기기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엿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전처럼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한다면 좋은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측면을 공략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알제리보다 간절해야 한다. 그러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