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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가 러시아전을 하루 앞둔 17일(한국시각). 결전지 쿠이아바가 기어이 본색을 드러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엄습했다. 17일 쿠이아바는 30도가 넘는 한낮더위에 습도는 83%에 달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였다. 해가 진 뒤에도 습도는 80%대에서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기온은 서서히 서늘해졌지만, 습도의 영향으로 몸은 후텁지근한 상태가 계속됐다. 홍명보호가 쿠이아바에 입성한 16일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현지 관계자는 "최근 수 일간 날씨가 서늘하긴 했지만, 오늘이 쿠이아바의 진짜 6월 날씨"라고 밝혔다.
러시아전 승리에 올인한 홍명보호는 쿠이아바와 시차, 기후가 비슷한 미국 마이애미를 전지훈련지로 택해 2주 가까이 담금질을 펼쳤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마이애미에서 이미 내성이 생겼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수들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걱정이 태산이다. 모스크바에서 훈련한 자국 대표팀이 쿠이아바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준비가 덜 됐다고 보고 있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우리는 최고 32도인 모스크바의 뜨거운 기후에서 훈련했다. 운이 따랐다. 쿠이아바의 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주장인 바실리 베레주츠키 역시 "모스크바가 더 더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습도를 간과한 채 단순히 뜨거운 기후에 포커스를 맞춘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기 시간 아레나 판타날 내부는 높은 습도 외에 더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축구는 승리에 대한 의지와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외부 환경도 무시 못한다. 쿠이아바의 고온다습한 기후는 과연 어느 팀에게 미소를 지을까.
쿠이아바(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