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아온 더위와 습도, 누구에게 웃을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17 13:51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러시아와 한국의 경기가 열릴 예정인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 경기장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7/

홍명보호가 러시아전을 하루 앞둔 17일(한국시각). 결전지 쿠이아바가 기어이 본색을 드러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엄습했다. 17일 쿠이아바는 30도가 넘는 한낮더위에 습도는 83%에 달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였다. 해가 진 뒤에도 습도는 80%대에서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기온은 서서히 서늘해졌지만, 습도의 영향으로 몸은 후텁지근한 상태가 계속됐다. 홍명보호가 쿠이아바에 입성한 16일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현지 관계자는 "최근 수 일간 날씨가 서늘하긴 했지만, 오늘이 쿠이아바의 진짜 6월 날씨"라고 밝혔다.

쿠이아바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양팀 모두에게 변수가 될 것으로 지목됐다. 현지시각으로 일몰 뒤인 오후 6시 러시아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일몰 뒤에도 남은 습도는 선수들의 체력을 빠르게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후반 중반 이후 체력싸움에서 어려움을 겪는 팀이 속출하고 있는 이번 대회의 특성은 쿠이아바에서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러시아전 승리에 올인한 홍명보호는 쿠이아바와 시차, 기후가 비슷한 미국 마이애미를 전지훈련지로 택해 2주 가까이 담금질을 펼쳤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마이애미에서 이미 내성이 생겼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수들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걱정이 태산이다. 모스크바에서 훈련한 자국 대표팀이 쿠이아바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준비가 덜 됐다고 보고 있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우리는 최고 32도인 모스크바의 뜨거운 기후에서 훈련했다. 운이 따랐다. 쿠이아바의 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주장인 바실리 베레주츠키 역시 "모스크바가 더 더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습도를 간과한 채 단순히 뜨거운 기후에 포커스를 맞춘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기 시간 아레나 판타날 내부는 높은 습도 외에 더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축구는 승리에 대한 의지와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외부 환경도 무시 못한다. 쿠이아바의 고온다습한 기후는 과연 어느 팀에게 미소를 지을까.


쿠이아바(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