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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선 콜롬비아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있었다. '인간계 최강'이라 평가받는 라다멜 팔카오의 높은 골결정력에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팔카오가 무릎 부상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콜롬비아는 대체자 물색과 득점력 향상 전략에 심혈을 기울였다. 팔카로의 빈 자리는 테오필로 구티에레스가 채웠다. 이어 득점력 향상 방법은 '닥공(닥치고 공격)'이었다.
공격을 진두지휘한 것은 로드리게스였다. 그리고 콜롬비아는 측면 공격을 즐겼다. 발이 느린 그리스의 단점을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콜롬비아는 축구의 정석을 그대로 지켜냈다. 축구에는 '경기 시작 후 5분, 경기 끝나기 전 5분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모아지지 않고 흐트러질 시간에 실점을 막으라는 얘기다. 콜롬비아는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열쇠인 선제골을 전반 5분 만에 터뜨렸다.
골을 넣은 뒤에는 피지컬을 앞세운 그리스의 공세가 거셌다. 콜롬비아도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 전략을 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콜롬비아와 그리스의 차이는 보였다. 바로 속도였다. 빠른 속도가 관건인 역습에서 콜롬비아는 빨랐고, 그리스는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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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를 통해 배울 점도 있었다. '수비축구'는 답이 없다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반대로 얘기하면, '공격축구'가 대세다. 13일 브라질-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브라질월드컵에서 14일까지 벌어진 4경기를 살펴보자. A조와 B조의 1차전에서 터진 골은 모두 15골이다. 경기당 3.75골. 4년 전 남아공월드컵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남아공 대회에는 64경기에서 145골이 터졌다. 평균 득점이 2.26골이었다. 1998년 프랑스 대회(171골·평균 2.67골), 2002년 한일 대회(161골·평균 2.52골), 2006년 독일 대회(147골·평균 2.30골)보다 낮은 수치였다. 경기당 평균 2.21골로 최저득점 대회였던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보다 겨우 0.05골 높았다. 그나마도 토너먼트 들어 골이 많이 나오면서 소폭 상승한 것이었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48경기에서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2.1골에 그쳤다.
하지만 브라질에선 분위기가 다르다. 아직 대회 초반이긴 하지만 화끈한 골잔치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빅매치에서도 6골이나 터지면서 평균 득점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또 그리스는 이날 콜롬비아에 볼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의미없는 기록이었다. 그리스 선수들은 정작 활발한 공격이 펼쳐져야 할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움직임이 없었다. 패스를 줄 곳이 없다보니 볼을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백패스가 많아졌다. 그리스의 답답한 공격이 이어진 이유다. 공수 모든 면에서 콜롬비아가 앞도한 한 판이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