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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이라 전 브라질 감독은 2003년 축구 코칭 강연회에서 "미래의 축구는 4-6-0 전술이 될 것이다"고 예견했다.
2005~2006시즌 스팔레티 감독이 이끈 AS로마가 국제무대에 제로톱을 알렸다. 스팔레티 감독은 만시니-페로타-타데이 등 문전 침투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공격형 미드필더' 토티를 최전방에 세웠다. 토티는 왼쪽, 오른쪽, 2선을 부지런히 오가며 2선 공격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이후 2007~2008시즌 맨유가 변형 제로톱으로 재미를 봤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테베스 두 섀도 스트라이커가 측면과 2선을 오가는 사이 측면에 포진한 호날두가 과감한 침투로 골을 넣게 하는 전술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석권했다. 제로톱의 완성은 역시 2008~2009시즌의 바르셀로나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하던 메시를 중앙 공격수로 돌리는 제로톱 전술로 부임 첫해 트레블의 대업을 달성했다. 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와 제로톱의 결합으로 역사상 최고의 팀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메시는 엄청난 득점력을 보이며 각종 골기록을 경신하며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다.
클럽 무대와 달리 국가대표 레벨에서는 제로톱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충분한 스트라이커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메시라는 당대 최고의 제로톱 후보를 갖고 있는 아르헨티나 조차 메시를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측면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게로와 이과인 같은 특급 공격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로2012에서 스페인이 제로톱을 꺼낸 것은 토레스의 부진이 이유였다. 기회를 마무리짓는데 특화된 스트라이커가 있다면 전술적으로 복잡한 제로톱을 꺼내들 이유가 없다. 파브레가스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제로톱으로 출전해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지만, 그의 주 포지션은 미드필더다. 전문 스트라이커보다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델 보스케 감독이 부상으로 활약이 불투명했던 코스타를 막판 최종엔트리에 포함시킨 것을 보면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제로톱 대신 원톱 카드를 꺼낼 확률이 높다. 물론 코스타를 비롯해 스트라이커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제로톱 카드를 꺼낼 것이다. 파브레가스를 활용한 제로톱은 최근 친선경기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발휘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