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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메뉴얼-X]역사의 매뉴얼, 홍명보호 미래는 또 변할수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03 07:34



흘러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역사의 교훈을 통해 미래는 변할 수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개막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 휘슬이 13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각)에 울린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18일 오전 7시 러시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홍명보호의 고지는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 진출이다. 태극전사들의 머릿속에도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브라질 입성에 앞서 미국 마이애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울분과 재기, 영광, 희망이 어우러진 한국의 월드컵 역사(1954년 스위스월드컵 제외)를 들춰냈다. 희비를 떠나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환희도, 쓴약도 홍명보호가 담아둬야 할 그릇이다. 브라질에서의 성공 열쇠는 '월드컵 메뉴얼-X'에 있다. 영욕의 과거사에 그 해법이 담겨 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정보

32년 만의 월드컵 갈증을 해소한 김정남호, 화려했다. 차범근 허정무 조광래 김주성 최순호 등 현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역대 최강의 진용이었다. 마라도나가 포진한 아르헨티나와의 1차전에서 1대3으로 완패했지만 주장 박창선이 월드컵 첫 골을 뽑아냈다. 불가리아전에서는 1대1 무승부를 기록, 첫 승점(1)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대3으로 패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조별리그에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었다. 정보의 부재였다. 긴 세월의 흔적 때문인지 월드컵에선 '까막눈'이었다. 상대의 전력 분석은 물론 월드컵 상식도 전무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정보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월드컵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요란했다. 1, 2차전을 무패로 통과한 이회택호는 최종예선에서도 3승2무로 1위를 기록,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기대감이 컸다. 멕시코월드컵을 경험한 선수가 8명이나 됐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3전 전패였다. 벨기에(0대2), 스페인(1대3), 우루과이(0대1)에 차례로 무너졌다. 황보관의 '캐넌 슈팅' 외에는 별다른 추억이 없다. 역시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쉬운 상대는 단 한 팀도 없다.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눈물 뿐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가슴 속에 지녀야 할 첫 번째 덕목은 '월드컵 정신력'이다.

1994년 미국월드컵=끝


카타르 도하의 기적이 일궈낸 1994년 미국월드컵, '김 호 아이들'은 마침내 세계 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구촌이 놀란 한국 축구의 저력은 '끝', 한 단어로 설명된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 0-2로 끌려가다 경기 종료 직전, 동점에 성공했다. 2차전에서 불가리아와 득점없이 비긴 태극전사들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전반에만 3골을 헌납했다. 아픔이 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독일의 체력은 바닥이었고, 한국은 두 골을 만회했다. 2대3으로 막을 내렸으나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대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홍명보호도 잊어서는 안된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투혼

요즘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 때는 그랬다. 차범근 감독은 멕시코, 네덜란드에 1대3, 0대5로 대패하자 도중 하차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사령탑이 없었다. 한국은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한국 축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선수가 후반 교체투입된 이임생이었다. '붕대 투혼'이었다. 상대 공격수의 발길질에 머리를 다친 그의 얼굴에는 피가 흘러내렸고 유니폼까지 적셨다. 붕대를 감다가 그는 울먹이며 의무팀을 향해 "빨리, 빨리"를 외쳤다. 도화선이었다. 후반 27분 동점골이 나왔고, 1대1로 비겼다. 투혼은 한국 축구의 트레이드마크다. 절실해야 운도 따른다. 브라질에서도 투혼을 기대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압박

4강 신화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적이었다. 월드컵 첫 승에 이은 조 1위 16강 진출, 이탈리아와의 16강전(2대1 승), 스페인과의 8강전(0<5PK3>0 승)까지…, 한국 축구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었다. 히딩크호는 세계 축구의 중심이었다. 그 출발은 강력한 압박이었다. 상대가 볼만 잡으면 2~3명이 에워싸는 숨막힐 듯한 '그림자 압박'은 히딩크호의 최고 무기였다. 체력이 바닥나 '링거'를 맞으면서도 압박은 한 순간도 흔들림이 없었다. 브라질은 유럽 선수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무대다. 홍명보호에게 강력한 압박은 필수다.

2006년 독일월드컵=후회

출발은 산뜻했다. 1차전에서 토고에 2대1로 역전승하면 월드컵 원정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상승세는 2차전에서도 이어졌다. '우승후보' 프랑스과 1대1로 비겼다. 조별리그의 마지막 상대는 스위스였다. 하지만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다. 0대2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조 1위는 스위스, 2위는 프랑스였다. 어느 때보다 상실감이 컸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태극전사들도 아쉬움이 진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로 아픔에 빠져있다. 후회없는 승부, 태극전사들의 숙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세트피스

4년 전 월드컵과 운명이 비슷했다. 1차전에서 흠없는 경기력으로 그리스를 2대0으로 제압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강호 아르헨티나에 1대4로 대패했다.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는 나이지리아였다. 비기기만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반면 패하면 짐을 싸야했다. 16강 통로는 세트피스였다. 0-1로 뒤지던 전반 38분 이정수가 '헤발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데 이어 후반 4분 박주영의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터트렸다. 후반 24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월드컵에서 세트피스는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수단이다. 홍명보호도 백분활용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2014브라질월드컵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일 오전 (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장인 세인트토마스대학교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공뺏기 훈련을 하고있다.
브라질에 들어가기 전 시차와 고온의 기후 등을 적응하기 위해 마이애미에 훈련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다음달 9일까지 적응훈련을 마친후 10일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마치고 브라질로 떠난다.
마이애미(미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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