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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농구나 배구를 해야 할 선수가 축구장에 있었으니 말이다. 홍명보호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26·울산)의 고교 시절 키는 1m91이었다.
소문을 접한 조정호 중앙대 감독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김신욱은 과천고 2학년이었다.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이 펼쳐질 3학년이 되기 전 김신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전포섭'을 했다. 조 감독은 첫 인상을 떠올렸다. "신욱이는 큰 신장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졌다. 어기적어기적 거렸다." 그러나 장점과 잠재력이 단점을 잊게 했다. 헤딩 능력이 아닌 발재간에 반했다. 조 감독은 "그렇게 큰 키에 좋은 발재간을 보유하고 있어서 놀랐다. 패스의 질과 세밀함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누구나 그렇듯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있고, 만들 수 없는 것이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욱이의 큰 키는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부족한 기술은 언제든지 보완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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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은 뿌듯했다. 헌신적인 짝사랑으로 축구 명문대의 러브콜을 받던 김신욱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욕심이 났다. 조 감독은 "당시 국내에 키 큰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다. 그래서 신욱이를 특별한 선수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주문했다. 슈팅과 러닝 점프 헤딩이었다. 조 감독은 "남들보다 신장이 커 슈팅할 때 스윙을 소프트하게 가져가라고 했다. 그리고 임팩트 이후 끝까지 발을 뻗으라고 지도했다"고 말했다. 또 "헤딩을 잘 안하려고 하더라. 물론 가슴으로 볼트래핑하고 발로 처리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세트피스 시 더 위협적인 것은 헤딩이다. 무엇보다 스탠딩 점프만 해 헤딩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래서 러닝 점프 헤딩을 강조했다. 훈련이 끝난 뒤 별도로 100~200개씩 러닝 점프 헤딩 과제를 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성장 속도는 생갭다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았다. 김신욱에게서 두 가지를 봤다. '성실함'과 '긍정의 자세'였다. 조 감독은 "대학교 때 신욱이의 성실함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았다. 따끔하게 혼이 날 때도 얼굴을 찡그리는 법이 없었다. 긍정적으로 충고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른 선수와 달랐다"고 설명했다.
김신욱에겐 슬럼프도 없었단다. 조 감독은 "보통 대학교에 들어오면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대학생활의 자유로움과 출전 기회가 찾아오지 않아 느끼는 좌절감. 이성문제로 방황하는 선수들이 생긴다. 그러나 신욱이는 슬럼프를 몰랐다. 자신이 설정해놓은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홍역을 치르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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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은 대학 때도 항상 이슈 메이커였다. 단연 화제는 키였다. 대학생이 되자 2㎝가 더 컸다. 조 감독은 김신욱의 반전 매력을 소개했다. "어느 대회나 신욱이의 큰 키가 이야깃거리였다. 특히 식당에 가면 일하시는 분들이 큰 키때문에 신욱이를 무섭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내 위압감에서 벗어난다. 싹싹한 말투와 어린 아이를 연상케하는 순수한 행동에 '너무 착한 것 같다'며 웃음꽃이 핀다"며 추억을 되살렸다.
김신욱은 대학 신입생 딱지를 떼자마자 프로의 꿈을 꿨다. 조 감독은 말릴 수 없었다. 김신욱을 스카우트할 때 '프로 전향 시 언제든지 보내준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분명 '큰 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약간의 불안함은 지울 수 없었다. 1년만 더 대학교에서 스피드와 파워를 키우고 프로에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조 감독은 "프로에 보낼 때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의심보다 컸던 믿음이 맞아 떨어졌다. 프로에서 잘 성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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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에게 김신욱은 단순히 수많은 제자 중의 한명이 아니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특별히 아끼는 제자다. 조 감독은 "신욱이가 나를 귀찮게 한다. 경기가 끝나면 나에게 꼭 전화해서 원포인트 레슨을 부탁한다. '골 넣었다고 자랑하려고 전화한거냐'고 짓궂게 물으면 신욱이는 '경기 보셨어요? 하실 말씀없으세요?'라고 되묻는다. 이렇다보니 스승이 돼서 애제자의 경기를 안볼 수도 없다. 신욱이는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고 웃었다. 더불어 "최근에 신욱이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슈팅 자세와 헤딩에 대해 지적해줬다. 몸이 젖혀지더라. 정확한 힘이 전달되지 않더라. 또 슈팅에 대한 적극성도 떨어지더라. 무엇보다 헤딩 때 상대 수비수를 겁먹게 만들라고 주문했다. 더티 플레이가 아닌 힘의 차이를 보여주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에게 김신욱의 존재는 즐거움과 희망이다. 자신이 키운 제자가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한 것이 기쁘고 대견스럽다. 특히 제자의 생애 첫 월드컵에 스승이 더 들떠있다. "대학교 때 품고 설계했던 강한 각오와 마음을 펼쳐야 할 때가 왔다. 한국을 넘어 브라질도 '김신욱 천하'가 되길 바란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