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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월드컵대표팀 배번에 얽힌 사연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5-20 07:28



배번과 선수는 떼놓을 수 없다. 배번은 단순한 식별의 의미를 넘는다. 팀 내 역학구도를 상징한다.

11명이 뛰는 축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배번과 포지션의 상관관계가 이어져 왔다. 안방마님인 골키퍼는 1번, 해결사인 스트라이커는 9번이나 10번, 11번을 즐겨 받았다. 시대가 바뀌면서 21번, 18번, 20번, 22번 등 선수들의 배번에서 개성이 묻어났다. 그러나 1번부터 11번까지가 주전을 상징하는 번호였다. 1번부터 23번까지 제한이 되는 월드컵에서는 베스트11의 윤곽을 엿볼 수 있는 게 배번이다.

역대 월드컵대표팀에도 배번에 얽힌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홍명보호의 왼쪽 풀백 김진수(니가타)에게 부여된 22번은 차두리(FC서울)가 남아공월드컵에서 단 번호다. 당시 차두리에게 22번은 특별했다. 자신의 우상이자 사랑하는 아버지 차범근 감독의 생일(5월 22일)과 같은 번호였기 때문이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13번은 김재성(포항)이 남아공대회에서 달았다. 김재성은 수원공고 선배이자 평소 가장 존경하는 박지성의 맨유 등번호를 받고 감격해했다.

11번은 통상 가장 빠른 선수에게 부여되는 배번이었다. 2006년 독일대회 때는 '스나이퍼' 설기현(인천)이 달았고, 남아공대회 때는 '신예' 이승렬(전북)에게 부여됐다. 이승렬은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를 뽐냈다. 이번엔 이근호(상주)가 달았다. 이근호의 100m 기록도 11초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월드컵대표팀의 10번은 8년간 한 선수에게 고정돼 있었다. 바로 박주영(왓포드)이다. 독일과 남아공에 이어 브라질까지 달게 돼 12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번호를 달고 역대 월드컵 무대를 세 차례 누빈 선수는 김남일(5번·전북)과 이운재(1번·은퇴)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다.

방송사 해설자로 브라질월드컵을 중계하는 안정환과 조재진의 사연도 재미있다. 대표팀에서 19번을 달았던 안정환과 9번의 조재진은 독일월드컵 때 서로 배번을 맞바꿔 안정환이 9번, 조재진이 19번을 각각 받은 바 있다. 브라질에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19번, 손흥민(레버쿠젠)이 9번을 배정받았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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