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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는 단순한 식별의 의미를 넘는다.
팀 내 역학구도를 상징하기도 한다. 11명이 뛰는 축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등번호와 포지션의 상관관계가 이어져 왔다. 최후방의 안방마님인 골키퍼는 1번, 해결사인 스트라이커는 9번이나 10번, 11번을 즐겨 받았다. 시대가 바뀌면서 21번, 18번, 20번, 22번 등 선수들의 등번호에서도 개성이 묻어났다. 그러나 1번부터 11번까지가 주전을 상징하는 번호였다. 1번부터 23번까지 제한이 되는 월드컵에서는 베스트11의 윤곽을 엿볼 수 있는 게 등번호다.
12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첫 훈련부터 5일이 지났다. 이근호는 "즐겁게 훈련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가벼운 상태"라고 소개했다. 17일 오전 일부 선수들과의 개인 훈련에 대해선 "팀 훈련 외에 남는 시간이 많다보니 선수들끼리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워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빼어난 슈팅 감각을 선보인 절친 박주영을 두고는 "역시 (슈팅이) 날카롭다. 앞으로 더 날카로워질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4년 전 오스트리아에서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곽태휘가 이날 입소한 부분을 두고는 "(곽)태휘형 때문에 오늘 나를 인터뷰에 내보낸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다시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시 탈락했던 3명(곽태휘 이근호 구자철)이 다시 모여 더욱 뜻깊고 간절한 월드컵"이라고 말했다.
이근호는 17일까지 파주NFC에서 굵은 땀을 흘린 뒤 이튿날 메디컬테스트를 마치고 2박3일 간의 짧은 외박을 갖는다. 군인 신분인 만큼 부대로 복귀하는 것이냐는 우스갯 소리에 "대표팀 합류 기간인 만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부대에서 몰라야 하는데"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복귀 후에는 모든 선수들이 모여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쉬는 기간 마음을 잘 추스리고 긴장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확고한 다짐을 드러냈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