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으로 믿지예. 한두개는 무조건 막아주니까."
11일 오후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울산-부산전 직전 만난 윤성효 부산 감독은 홍명보호 골키퍼 이범영에 대한 절대 신뢰를 드러냈다. 브라질월드컵 활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승부차기가 필요한 때가 되면"이라며 웃었다. "범영이가 그런 면에서 점수를 딴 것같다"고 말했다. 3라운드 서울전에서 2개의 페널티킥을 잇달아 막아냈다. 올시즌 2번이나 리그 MVP에 선정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 잉글랜드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눈부신 선방 능력을 입증했다. 페널티킥 상황에서 이범영을 믿느냐는 말에 윤 감독은 "넘버원으로 믿는다"며 절대신뢰를 드러냈다.
이날 조민국 울산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신욱, 이 용을 아꼈다. "큰일을 앞에 두고 꼭 일이 일어나지 않나. 월드컵에 나가서 해줘야할 선수들이다"라고 말했다. 제주전에서 사타구니 쪽 통증을 호소한 이 용은 재활을 위해 엔트리에서 뺐다. 김신욱은 교체명단으로 돌렸다. 조 감독은 3-0으로 앞서가는 후반 42분 부담없는 상황에서 김신욱을 투입했다.
'홍명보호' 수문장 김승규와 이범영의 최후방 대결이 관전포인트였다. 울산 박용지 안진범 한상운의 날선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범영은 바빠졌다. 전후반 통틀어 16개의 슈팅이 쏟아졌다. 이중 무려 12개가 유효슈팅이었다. 반면 전반 유효슈팅 2개, 전후반 유효슈팅 4개에 그친 부산을 상대한 김승규는 상대적으로 선방의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후반 44분 파그너의 프리킥에 이은 이원영의 헤딩을 막아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윤 감독은 후반 5분 홍동현 정석화를 빼고 김익현 한지호를 동시에 투입하며 공격라인에 변화를 꾀했다. 만회골을 노렸지만 오히려 후반 16분 울산의 추가골이 터졌다. 발빠른 안진범이 중원에서 쏘아준 롱 크로스를 이어받아 문전으로 단독 쇄도했다. 이원영 김찬영 등 부산 장신 센터백들을 따돌리고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김신욱 대신 박용지와 함께 공격라인에 선 안진범이 마침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7경기만에 터진 짜릿한 리그 데뷔골이었다. FC안양에 자유계약선수로 뽑힌지 한달만에 최진수와 맞트레이드돼 클래식 무대에 입성한 안진범은 천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번째 골을 허용한 직후 윤 감독은 이원영 대신 이경렬을 투입하며 수비라인을 쇄신했다. 그러나 울산의 창은 빠르고 강했다. 후반 29분 '왼발잡이' 한상운의 오른발 쐐기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입대를 앞둔 한상운이 울산 홈팬들에게 이별의 골을 선물했다. 결국 울산이 3대0으로 완승했다.
울산으로서는 6경기 무패(4무2패)의 사슬을 끊어낸 기분좋은 승리였다. 월드컵 휴식기 전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개막전에서 승리했듯이, 휴식기전 마지막 경기도 홈에서 반드시 승리하자"던 조 감독의 주문이 통했다. 울산은 부산을 상대로 홈 8경기 연속무패(6승2무)의 절대우위를 이어갔다.
울산=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