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서울극장,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5-07 21:54


◇FC서울 고명진이 7일 일본 가와사키 도도로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ACL 16강 1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원정경기에서 태클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가와사키(일본)=사진공동취재단

끌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서울극장, FC서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하지만 올시즌 서울극장이 실종됐다. K-리그 클래식에선 11라운드동안 단 2승(3무6패)에 불과하다. 12개팀 가운데 11위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선 F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잔잔한 승리(3승2무1패) 뿐이었다.

올해 첫 서울극장이 일본에서 연출됐다. 갱없는 역전 드라마가 처음 나왔다. 최용수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잃은 미소를 되찾았다. 서울이 7일 가와사키 도도로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CL 16강 1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원정경기에서 3대2로 승리했다. 지난해 ACL에서 준우승한 서울은 8강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힘겨운 원정이었다. 손에 땀을 쥐는 혈투였다. 전반전은 탐색전이었다. 적지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오스마르-김진규-김주영으로 이어지는 스리백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공격은 역습 위주로 진행했다. 볼점유율에선 밀렸지만 공격력이 좋은 가와사키 미드필드 플레이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전반은 0-0이었다.

그러나 후반 4분 만에 빗장이 풀렸다. 오쿠보의 크로스를 고바야시가 헤딩으로 연결, 선제골을 터트렸다. 다행히 실점 후 오스마르를 전진 배치했고, 2분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윤일록의 패스를 에스쿠데로가 오른발로 화답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크로스바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후반 14분 석연치 않은 판정에 울었다. 차두리가 페널티에어리어내에서 레나티뉴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정상적인 몸싸움이었다. 주심의 휘슬이 야속할 뿐이었다. 레나티뉴는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추가골로 연결했다.

서울은 다소 진이 빠졌다. 동점골을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고요한이 두 차례나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볼컨트롤 미스로 찬스를 허공으로 날렸다. 올시즌 서울의 경기력을 보면 후반 35분 이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날만큼은 달랐다. 기다리던 골이 후반 38분 터졌다. 환상적인 동점포였다. 고명진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왼쪽으로 밀어준 볼을 김치우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모서리로 쇄도하며 지체없이 강력한 왼발슈팅을 터트렸다. 상대 골키퍼는 볼 궤적만 바라볼 뿐이었다. 골네트가 출렁였다.


2-2, 무승부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인저리타임 4분이 주어졌다. 그 순간 서울극장의 막이 올랐다. 후반 48분이었다. 서울의 희망 윤일록의 재치가 가와사키 수비라인을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상대 최종 수비수가 볼을 더듬는 사이 가로채 약 30m를 질주했다. 그는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 가랑이 사이로 슈팅을 연결, 극적인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윤일록은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어수선한 서울에 승리를 선물했다.

2차전이 남았다. 서울은 14일 가와사키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경우의 수, 서울이 키를 쥐고 있다. 비기기만 해도 문제없다. 두 골 이내로 허용하고 한 골차로 패해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8강행 티켓을 거머쥔다.

최 감독은 "어부가 그물을 치고 고기를 기다린다는 심정으로 경기를 치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전반에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힘을 비축했다. 후반전에 승부를 보고 싶었다. 좋은 경기를 했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아직 90분이 남았다. 오늘 저녁까지만 승리를 즐기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전적(7일)

FC서울(1승) 3-2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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