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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에서 향수를 달래기 가장 좋은 것은 음식이다.
조리복에 달린 태극마크와 대한축구협회(KFA) 엠블럼은 그가 A대표팀에서 합께 호흡하면서 느끼는 자부심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김 조리장은 "태극전사들의 식사를 책임진다는 것 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식사를 마친 뒤 모두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할 때는 무안하면서도 작은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찬 6~7가지, 메인요리는 2가지를 식사마다 준비한다"며 "경기 전날이나 당일에는 가벼운 음식 위주로 하고, 경기 뒤에는 체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입맛을 돋우어주는 김치찌개나 고기류를 준비한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군침이 도는 메뉴들을 나열해도 과식하는 선수는 없다. 김 조리장은 "선수들 스스로 관리하는 법을 잘 알기 때문에 특별히 과식하거나 적게 먹는 선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은 다 잘드시더라. 샐러드류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김 조리장이 준비하는 식자재는 700㎏에 달한다. 육류와 생선 등 신선도를 요하는 식자재는 현지서 조달할 계획이다. 태극전사들의 식단표는 이미 짜 놓았다. 소집 당일부터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6강 통과 시점까지 메뉴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다. 김 조리장은 "대회 기간 내내 같은 메뉴가 겹치지 않게 할 것이다. 메뉴의 숫자로만 따지만 120가지가 넘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매 경기마다 김 조리장의 손길은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다. 브라질월드컵 16강행의 명운이 달린 러시아전 경기 당일 김 조리장이 준비한 '필승 메뉴'는 무엇일까. 답은 된장국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