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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없는 FC서울에 등장한 '뉴 에이스' 윤일록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4-07 07:18



FC서울에 '데몰리션(데얀+몰리나)'은 더이상 없다. 3년 연속 K-리그 클래식 득점왕의 대기록을 작성한 데얀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중국 장쑤로 둥지를 옮겼다. 몰리나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수비의 핵인 아디는 은퇴,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캡틴' 하대성도 베이징 궈안(중국)으로 이적했다. 핵심 자원 4명이 한꺼번에 빠진 서울의 2014년 3월은 험난했다. 3월에 치른 클래식 5경기에서 1승1무3패로 부진했다. 5경기에서 3골에 그친 득점력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그러나 난세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다. '해결사'가 없는 서울에 새로운 에이스가 등장했다. 올해로 서울에서 두번째 시즌을 맞는 윤일록. 그의 활약에 서울이 악몽을 딛고 서서히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주전에서 개막 후 4경기만에 승리를 신고한 서울의 공격 중심에는 윤일록이 있었다. 그는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후반 28분, 쐐기골을 터트리며 서울에 클래식 첫 승을 선사했다. 상승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로 이어졌다. 1일 열린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조별리그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8분에 동점골을 넣으며 팀의 2대2 무승부에 발판을 마련했다.

윤일록의 상승세를 주목한 최용수 서울 감독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클래식 6라운드를 앞두고 '에이스'라는 말을 꺼냈다. "윤일록, 고요한, 고명진 등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해결사'가 없는 상황에서 윤일록이 팀 공격의 중심이 되야 한다는 뜻이었다.

최 감독의 기대만큼 윤일록은 전북전에서 홀로 맹활약(?) 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전반 3분, 판단 미스로 실점에 빌미를 제공했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달려드는 이규로의 돌파를 손으로 저지하다 페널티킥을 내줬다. 서울은 레오나르도에 실점을 내주며 0-1 리드를 허용했다. 그러나 전반 27분, 윤일록은 자신의 실수를 동점포로 만회하며 지옥에서 탈출했다. 결자해지였다.

지난 시즌 서울로 이적해 리그에서 2골(29경기) 넣는데 그친 그는 6라운드만에 지난해와 득점수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ACL 까지 포함하면 4골로 팀내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다. 성장세가 눈부시다. 뛰어난 공간 창출 능력에 슈팅력까지 장착했다. 지난해 7월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동아시안컵 3경기(1골)에 출전해던 그는 2014년 브라지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경계선에 있다. 2011년 K-리그 입성 4년 만에 서울의 에이스이자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윤일록의 활약에 최 감독은 "다양한 각도에서 슈팅을 할 수 있는 친구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득점을 통해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칭찬해주고 싶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반면 윤일록은 자세를 낮췄다. "내 실수를 만회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뛰었다. 작년에 감독님과 선배들에게 좋은 경험을 많이 배웠다. 그래서 올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에이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매 경기 팀 승리를 위해 간절하고 절실하게 뛰는 것 뿐이다."


'에이스의 향기'를 내뿜는 윤일록의 활약에 서울에 따뜻한 봄이 다가오고 있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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