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불안한 신치용 감독, 졌지만 웃은 김호철 감독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3-31 07:28



"밤새 한숨도 못잤다."

30일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얼굴은 푸석푸석했다. 28일 열린 챔프전 1차전에서 드러난 아쉬움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았다. 신 감독은 "내가 가장 염려했던 부분이 드러났다. 리베로 이강주와 레프트 고진용의 경험 부족이다. 너무 '새가슴'이다"고 지적했다. 자연스럽게 '베테랑의 향기'가 그리웠다. 신 감독은 올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리베로 여오현과 현역은퇴한 '돌도사' 석진욱(러시앤캐시 코치) 등 '우승 DNA'가 장착된 베테랑들의 빈 자리를 크게 느꼈다.

2차전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발생됐다. 이날도 이강주의 서브 리시브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달라진 것은 집중력과 세터 유광우의 토스였다. 유광우는 어려운 리시브를 안정적으로 '괴물' 레오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결과가 달랐다. 삼성화재가 라이벌 현대캐피탈에 세트스코어 3대1(19-25, 35-33, 25-21, 27-25)로 역전승을 거뒀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삼성화재는 다음달 1일과 3일 현대캐피탈의 홈 구장인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3, 4차전을 치르게 됐다.

이겼지만, 불안했다. 신 감독이 얼굴을 찡그렸다. 리베로 자원의 자신감 부족에 대한 푸념이 또 다시 전해졌다. 신 감독은 "블로킹이 살렸다. 리시브는 역시 팀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강주 김강녕은 그 정도로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감을 못가지고 불안해하더라. 강주는 우황청심환을 사먹는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감이 넘쳐야 하는데 겁을 먹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4세트에서도 크게 앞서다 역전을 허용한 것은 뒷라인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김호철 감독도 여오현을 극찬했지만, 베테랑이 있으면 동료들의 심리가 편안해진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의 소원은 하나다. "레오가 덜 지치길 바란다." 라이트 박철우가 열흘 전 훈련 도중 왼손이 찢어져 다섯 바늘을 꿰매 레오의 공격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졌지만, 웃었다. 이날 김 감독은 1차전 발목 부상을 한 아가메즈까지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김재훈 이건호 등 신인들을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 팀의 신동력원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김 감독은 "2세트 듀스 상황에서 이겼으면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집중력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선 세터가 팀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어야 했다"고 했다. 또 "2세트 듀스 상황에서 우리가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 때 '절대 물러서지 말라'고 했다. 더 강하게 치고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도 1, 2차전을 통해 큰 소득을 얻었다. 바로 삼성화재는 '절대 1강'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하면서 '삼성화재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선수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한 가지 소득이었다. 과거에는 승리에 대한 압박감때문에 코트에서 경직된 경기를 했다. 한 번 실수를 하게되면 정신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부터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화재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그런 부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경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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