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윤일록의 아픈 사연, 감춰진 조부상의 투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3-26 22:56


FC 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2014 프로축구 경기가 2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윤일록이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상암=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3.26/

FC서울 윤일록(22)의 골에 아픈 사연이 있었다.

윤일록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28분 쐐기골을 터트리며 팀에 2대0 승리를 선물했다. 그는 5분 전에는 고요한의 선제골에 주춧돌을 놓았다. 그의 슈팅이 수비수 맞고 흐른 것을 고요한이 헤딩으로 화답했다.

윤일록은 골을 터트린 후 하늘을 바라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닷새 전이었다. 할아버지가 하늘 나라로 떠났다. 첫 승을 거두지 못한 팀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과 선수 몇몇에게만 귀띔했다. 그는 21일 하루 휴가를 얻어 빈소가 차려진 전남 나주로 날아가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한 후 22일 정상 훈련을 소화했다. 23일 부산전에 출격했다. 그러나 0대1로 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픔은 더 컸다. 윤일록은 부산전에서 K-리그 최연소 100경기를 달성했다. 1992년 3월 7일생인 그는 만 22세 16일 만에 K-리그 100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서울 소속으로 현재 군복무 중인 정조국(안산 경찰청)의 22세 44일을 28일이나 앞당겼다. 하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날 그 한을 털었다. "저번 경기 때 그런 일이 있어서 잠시 내려갔다 왔다. 아는 선수가 몇명 없었고, 감독님만 알고 있었다. 힘들어도 버티려고 했다. 팀이 힘들었는데 골로 보답해 기뻤다. 할아버지가 오늘 큰 선물을 준 것 같아 다른 골에 비해 더 기뻤다." 잔잔한 감동이 흘렀다. "할아버지가 워낙 많이 챙겨주셨다. 축구를 하다보니 명절에도 잘 못내려갔다. 올초 22세 이하 대표팀에 다녀온 후 잠깐 쉴 때 뵈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골을 넣은 후 하늘을 바라봤다"며 슬품을 삼켰다.

최연소 100경기 출전에 대해서는 "K-리그에서 이런 기록을 남기게 돼 영광이다.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감독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서울은 이날 K-리그에서 1무2패 뒤 마침내 승점 3점을 챙겼다. 윤일록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힘들고 리그에서도 이기지도 못하고, 골도 없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골도 넣고 팀도 이겼다. 연승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그 속에서 골도 넣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윤일록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의 경계선에 서 있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K-리그의 몇몇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솔직히 그런 생각은 하나도 없다. 팀이 더 안 좋았기 때문에 팀 생각을 더 많이했다. 팀에서 잘하면 홍 감독님께서 알아주시고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얀과 하대성의 이적, 아디의 은퇴 그리고 몰리나의 전력 이탈, 전력의 축이었던 4명이 한꺼번에 빠졌다. 윤일록이 서울의 희망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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