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3월은 '안녕'하십니까?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4-03-21 12:11



다섯 경기 1승 2무 2패, 4득점 4실점. K리그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5년 연속 결승 진출을 이은 서울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아쉽게도 결승 문턱에서 광저우의 아성을 넘진 못했으나, 최용수 감독 정식 부임 후 불과 2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그런데 올해는 관심의 성격이 조금 바뀌었다. 리그 내 탑클래스였던 데얀과 하대성이 중국으로 향했고, 아디는 벤치로 적을 옮겼다. 차와 포를 다 뗀 서울이 얼마나 잘해내느냐,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화젯거리다.

서울의 변화를 논하기 위해 최소 5경기는 지켜보고자 했다. 이 팀이 지난 시즌 천천히 시동을 건 뒤 ACL 준우승과 리그 4위에 올랐음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메인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지 않았던가.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권 싸움에서 멀어진 뒤 플랫 3를 적극 시험했으며, 전지훈련에서도 이를 갈고 닦았다. 하지만 전술 적응에 이은 실전에서의 완벽 구현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그렇기에 무리한 평가보다는 잠깐 멈춰 밟아온 자취를 한 번 되짚어보고자 한다.


최용수 감독이 꺼내 든 플랫 3의 실체는

4-2-3-1 혹은 4-4-2를 썼던 지난 시즌과는 확실히 다른 그림이다. 시스템 표기상 3-4-3으로 통하지만, 양 윙포워드의 위치나 역할을 봤을 때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들고 나온 3-4-2-1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플랫 3의 형태 및 의미에서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 윤일록과 고요한은 넓게 포진돼 측면을 많이 밟기보다는 페널티박스 꼭짓점 안쪽으로 들어와 골대 정면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았다. 정통 윙어보다는 센터포워드와의 스위칭과 연계에 공을 들이는, 사실상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이 그림에서의 핵심은 윙백이 올라선 '높이'다. 서울은 김치우, 차두리, 최효진 등 플랫 4에서의 수비 부담을 지기보다는 플랫 3에서 공격에 조금 더 무게를 실을 수 있는 자원을 여럿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수비 역할에서 얼마나 벗어나느냐, 상대 진영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느냐가 곧 공격의 파괴력을 결정한다. 사실상 윙포워드 역할을 수행하는 윙백은 중앙으로 좁힌 쓰리톱과의 연계에 들어간다. 이것이 곧 '무공해 축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엔 특정 한쪽에 몰린 볼을 반대편으로 길게 연결해 좌우 전환을 해낼 자원이 절실했고, 오스마르-김진규-김주영, 고명진 등이 이를 수행하고 있다.

고요한 시프트는 과연 효과적인가

좌 윤일록-우 고요한의 간격이 부쩍 가까워졌다. 측면 크로스만 고집하던 과거와 달리 윙어 역시도 중앙으로 들어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고, 슈팅까지 노리게 된 것. 그런데 서울의 경우 고요한의 스타일이 걸린다. 오른발을 고집하는 이 선수가 중앙으로 왔을 때 패스와 슈팅의 선택지는 극히 제한된다. 성남전처럼 동료의 돌파에 맞춰 오른발 스루패스를 넣어줄 수도, 베이징전처럼 상대 수비라인을 허물어 골을 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왼발의 원터치 대신 오른발 발등-아웃사이드로 여러 번 터치하며 턴동작을 행하다 보니 시야 확보와 동료의 쇄도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다. ?또, 상대 수비를 긴장하게 할 강력한 왼발 슈팅도 나오기 어렵다.

게다가 최 감독은 '고요한 시프트'를 언급했다. 지난 7월 한창 부상자가 속출하던 때, 고요한의 위치를 잠깐 중앙으로 옮긴 적은 있었다. 최 감독은 빈도를 높일 것을 예고했고, 홈 개막전 전남전 후반부터 이를 감행했다. 경기 후 만난 이 선수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적응해야죠"만 되뇌었다. 오랫동안 관찰한 최 감독이 고요한의 능력과 가능성을 가장 잘 알고 있음은 자명하다. 다만 이 선수가 언제 어디서 가장 빛날 수 있는지도 곱씹어볼 필요는 있다(이미 엄청난 고민을 하지 않았겠는가). 숨 막히는 중원에 두기엔 경기를 풀어내는 능력이나 연계와 탈압박의 기술이 아쉽다. 무엇보다 치고 달릴 '공간'이 줄어드는 게 치명적이다.


아직은 데얀-하대성의 빈자리가 메워지질 않아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데얀과 하대성의 부재에서 시작한다. 윙어는 많은데 중앙에서 뛸 최전방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보충하지 못했다. 데얀은 골만 잘 넣은 게 아니다. 이 선수는 페널티박스 언저리의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를 끌고 다녔고, 동료의 볼을 받아 다음 장면을 이어나갔다. 고요한의 짐은 그리 무겁지 않았다. 중앙으로 접근하던 중에도 데얀의 연계를 받아 종적인 움직임으로 침투하면 됐다. 최 감독은 최근 득점에 대해 '공격진의 심적인 부담감'을 지적했다. 좋은 선수가 많기에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공격 패턴은 지난 몇 시즌간 서울이 주로 썼던 그것과 비교해 무게감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데얀이 페널티박스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 연계에 나선 뒤 곧장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득점 과정에 동참했던 데에는 하대성의 존재감이 지대했다. 하대성-고명진 라인을 가동하던 당시엔 중앙 미드필더가 볼을 소유하며 전진하는 형태가 가능했다.

이들이 높은 선을 유지할 때 볼은 중앙-측면을 자유로이 오갔고, 상대를 가둬놓고 때릴 수 있었다. 수비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앞선에서 어떻게든 슈팅으로 공격 과정을 끝내고 내려왔다. 하지만 올해엔 고명진 파트너 구하기에 급급하다. 기대를 모았던 강승조와의 궁합은 아직까지는 아쉬움이 있고, 이상협이나 최현태도 엄청난 시너지를 내진 못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렇다. 고요한의 중원 잠재력이 폭발할 수도 있다. 하파엘 코스타가 데얀의 뒤를 이을 재목이 될 수도 있다. 강승조 역시 하대성보다 더 진한 매력을 뽐낼 수 있다.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예년의 성적을 재현할 수 있느냐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만 또 한 번 영광을 누리기 위해선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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