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3-18 09:54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7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에서 토트넘을 0-1로 잡은 아스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넘어 2003-04 시즌 무패 우승 이후 연이 없었던 리그 우승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들이 10년이나 간직해온 꿈은 실제로 이뤄질 만한 '희망'일까, 아니면 또 한 번 좌절할 '희망 고문'일까.

전반 1분 터진 로시츠키의 원더 골이 90분 동안 터진 유일한 득점이었다. 볼 경합 과정에서 체임벌린이 볼을 지켜내 전진했고, 가속도를 붙인 로시츠키가 흐르는 볼을 바깥 발등에 맞춰 황홀한 곡선을 만들어냈다. 아스널 진영 깊숙이 전진해 있던 대니 로즈는 수비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으며, 카불이 지루에게 잡혀 있는 동안 베르통헌은 로시츠키와 체임벌린을 동시에 견제해야 했다. 에릭센이 부지런히 후진했으나 확실한 수비 성과를 내진 못 했다. 이 골 장면은 그저 '한 골' 들어간 데 그치지 않았다. 어쩌며 이번 북런던더비의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늘 적극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밀리는 경기가 아니라면 최종 수비가 대부분 중앙선 언저리를 밟고 있을 정도. 미드필더-수비 라인을 바짝 좁혀 매번 컴팩트한 경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백코트를 하는 과정에서의 수비 분담이 확실하지 않은 탓에 '뒷공간 노출'은 몇 달째 달고 사는 고질병이 됐다. 화끈한 게임을 많이 하려는 의도(실제 득점 수치는 30경기 37골. 20개 팀 중 9위. 기대만큼 넣지도 못했다)는 오히려 상대에 화끈한 게임을 만들어주곤 했다. 챔스권에 머무는 팀의 득실이 적게는 +25(아스널)에서 많게는 +44(맨시티)까지 분포한 반면, 토트넘이 -1에 그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골키퍼 요리스가 바빠졌다. 티키타카를 구사하는 팀, 가령 바르셀로나의 발데스가 빌드업의 시작점이 되며 경기에 적극 참여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다. 볼이 뒤로 흘렀을 때, 일대일 찬스에 근접한 상대 공격수를 방해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볼을 쫓는 다소 '피곤'하고도 '수동'적인 참여다. 이럴 때마다 2선에 포진한 에릭센-샤들리-타운젠트 라인 역시도 온 힘을 짜내 내려와야 했다. 결국 뛰는 양은 많은데, 공격적으로 유효한 움직임보다는 수비진 뒤치다꺼리에 힘을 다 뺐다. 더 심각한 점은 이렇게 한두 번 뚫리다 보면 수비수 개개인의 치명적인 실수까지 덮친다는 것이다.

아스널로선 경기가 참 쉬워졌다. 베르통헌과 카불의 중앙 수비라인은 간격이 필요 이상으로 벌어졌다. 때로는 카불이 벤탈렙-산드로의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의 영역으로까지 지나치게 전진하면서 뒷공간을 훤히 열어줬다. 볼을 돌리며 틈을 엿보다가 베르통헌이나 카불을 유인할 패스만 시도하면 됐다. 이후 한두 번의 패스 연결로 뒷공간 속도 경합에 들어가면 유리한 수적 싸움을 만들 수 있었다. 더욱이 평소보다 아래로 내려간 카솔라는 군더더기가 남는 드리블보다는 적재적소에 양질의 패스를 제공하며 흥을 돋웠다. 오른발-왼발을 가리지 않는 패서를 중앙에 하나 더 배치한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였다.

다만 아스널의 우승 희망을 낙관할 수 없는 건 제법 흔들렸던 수비에 있다. 허리에 강림한 부상 악령은 2선에 더 적합한 자원을 3선으로 내리게 했다. 그 자리에서도 활약은 가능하지만, 카솔라가 측면 커버에 허점을 보이며 실점 위기까지 갔다는 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별다른 방해 없이도 크로스를 놓친 슈체츠니의 실책까지 나왔다. 중-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승점을 지키고, 첼시와 맨시티로 이어지는 일정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아스널. 지금껏 실점 수치가 높은 팀은 아니었으나(29경기 28실점, 최소실점 3위), 현재로선 사소한 실수가 불안 요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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