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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호스' 제주-'평가절하' 수원, 개막전으로 본 경기력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3-09 17:48 | 최종수정 2014-03-10 07:28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이 개막전을 앞두고 받은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제주는 '다크호스'다. 전북 못지 않은 투자로 '폭풍 영입'에 성공했다. 황일수 허범산 김수범 정다훤 등 알토란 같은 국내선수들과 에스티벤, 드로겟, 알렉스 등 검증받은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다. 지난시즌 그룹B 추락의 수모를 맛본 제주는 절치부심하며 전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박경훈 제주 감독이 "나 역시 올시즌이 기대된다"고 했을 정도다.

반면 수원은 다시 한번 지갑을 닫았다. 김은선, 헤이네르, 로저 단 3명만을 영입하는데 그쳤다. 미디어데이에서도 '명가' 수원은 '절대 1강' 전북과 '새롭게 변모한' FC서울에 밀려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났다. 서정원 수원 감독 역시 "더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예전에 비해 투자가 줄어들어 힘든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다크호스' 제주와 '평가절하' 수원의 성적표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 순위싸움의 변수 중 하나다. 그런 제주와 수원이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만났다. 양 팀 모두 패싱축구를 강조한다. 뚜껑을 열어보니 색채가 달랐다. 제주는 신입생 황일수와 드로겟의 가세로 양 측면의 파괴력이 올라갔다. 황일수와 드로겟은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측면을 흔들었다. 마무리가 다소 아쉬웠지만 황일수의 스피드와 드로겟의 공간 침투력은 위협적이었다. 중앙에서의 아기자기한 패싱력 역시 그대로였다. 특히 에스티벤이라는 든든한 보디가드와 함께 한 송진형은 수비부담에서 벗어나 날카로운 공격력을 과시했다. 다만 제주가 자랑하는 역삼각형 미드필더 트리오의 한축인 윤빛가람은 역할이 애매한 모습이었다. 수원은 정대세, 산토스, 염기훈, 서정진 '4각편대'가 공격의 선봉이었다. '주장' 염기훈은 왼쪽 뿐만 아니라 중앙을 오가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정대세도 돌파와 경기를 읽는 눈이 한층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중앙에서 풀어줄 선수가 없었다. 오장은과 김은선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다. 패스가 너무 측면에 집중됐다.

경기는 1대0 수원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 결과는 양 팀의 장단점을 극명히 보여줬다. 제주는 마무리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시종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결정적 찬스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김 현이 연계력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확실히 무게감에서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제주의 특급 미드필더들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김 현이 빨리 골맛을 봐야 한다. 반면 수원은 탄탄한 수비력을 보였다.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성룡은 최근의 비판에서 벗어나 최고의 선방을 보였다. 서정원 감독은 "동계때 수비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정성룡도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며 흐뭇해했다.

물론 아직까지 양 팀이 추구하는 베스트 모습까지는 도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평가를 반전시킬 수는 있었다. 제주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수원은 역시 무시못할 팀이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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