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전, 공인구 '브라주카' 빠진 이유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3-07 07:40


이청용이 그리스의 호세 훌레바스와 몸다툼을 벌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월드컵까지 100일 남짓 남았다.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홍명보호에게는 많은 시간이 아니다. 사실상 마지막 점검이었다.

홍명보호는 6일 새벽(한국시각) 그리스전을 끝으로 옥석 가리기를 마무리했다. 다음번 소집은 5월 28일 튀니지와의 친선경기 때다. 선수들은 모두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그 사이 홍명보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30명의 월드컵 예비 엔트리를 제출해야 한다. 더 이상의 실전 없이 옥석을 가려야한다는 이야기다. 최종 엔트리 제출은 6월 2일까지다.

홍명보호는 그리스전을 통해 많은 것을 점검했다. 유럽파를 불렀고 '뜨거운 감자'였던 박주영도 상태를 체크했다. 2대0으로 승리하며 신바람을 냈다.

하지만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에 대한 적응도다. 브라주카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골격이 되는 틀과 블래더(공기를 주입함으로써 부력을 발생시키는 장비)는 유로2012의 공인구 '탱고12',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 공인구 '카푸사',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공인구의 테크놀로지가 모두 적용됐다. 역대 가장 적은 수인 6개의 패널이 혁신적인 바람개비 모양으로 합쳐져 구 모양을 완성했다. 2년 반 동안 10여개국의 30개 팀, 600여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날씨, 고도, 습도 등 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역대 가장 많은 테스트를 거쳐 완성됐다. 2월 스페인-아르헨티나의 친선경기와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는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 혹독한 테스트를 치렀다.

브라주카의 적응 여부는 월드컵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1월 30일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경기에서 홍명보호 선수들은 브라주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선수들은 브라주카를 지배하지 못했다. 미숙한 힘 조절 탓에 빠른 패스 타이밍에서 볼이 멀찍이 벗어났다. 터치 상황에서도 상대 압박이 전개되자 민감한 브라주카를 쉽게 컨트롤하지 못했다. 측면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 상황에서도 파워와 스피드 조절에 애를 먹었다. 한국은 멕시코에 0대4로 대패했다.

그리스전에서 홍명보호는 브라주카로 경기를 치르는 게 당연했다. 실전 적응도를 높여야만 했다. 특히 그리스전에서는 1월 열렸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유럽파 선수들이 대거 나섰다.

하지만 그리스전에서 브라주카는 나오지 못했다. 한국과 그리스의 용품을 후원하는 나이키가 반대했다. 브라주카 대신 나이키볼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눈앞의 잇속을 챙기는 데만 급급한 나이키의 요구에 홍명보호는 공인구 적응이란 소득을 얻지 못했다. 만약 나이키가 그리스전 에서 브라주카 사용을 승인했다면 홍명보호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어떤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나이키는 자사 홈페이지 소개 란에 '한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써놓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볼 사용을 고집하는 일, 그것이 과연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최선의 노력'인지 궁금하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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