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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수 좀 불러봐. 아니다. 내가 갈께."
박 감독은 2일 오후 훈련을 취소했다. 시차적응과 쉼없이 이어진 동계훈련에 지친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그런데 선수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자발적으로 개인훈련을 실시했다. 웨이트훈련과 볼훈련을 병행했다. 좀처럼 웃지 않는 박 감독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흘렀다. 그는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을 하더라. 개인 기량이 부족하면 팀워크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선수들은 100%를 뛰어 넘어 120%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젠 스스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보장된 주전선수는 없다. 땀흘리고 노력하는 자만이 경기를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치열한 주전 경쟁은 제파로프, 기가, 하밀에게도 적용된다. 박 감독은 "터키에 와서 외국인선수들과 면담을 했다. 나는 이들에게 단호하게 얘기했다. '할거면 제대로 하고, 안 할거면 하지말라'고 했다. 또 '너희들이 여기서 잘해야 가치가 더 올라갈 것 아니냐'고 하니 외국인선수들이 '이런 조언을 해주는 감독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외국인선수들은 외국인선수다워야 한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젠 이들도 죽기살기로 한다"며 흡족해했다.
과거 박 감독의 축구는 '토털사커'에 가까웠다. 1989~1996년 성남 일화와 2003~2006년 대구를 이끌던 시절에 선수 전원이 공격과 수비를 하면서 한 발 더 뛰는 축구를 구사했다. 일명 '벌떼축구'로 불렸다. 2014년, 박 감독은 '파도축구'를 천명했다. 박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로 이어지는 3선이 차례대로 몰아친다는 얘기다. 이들의 연계성이 끊어지면 파도가 아니다. 또 파도는 바람에 의해 생성된다. 바람의 세기처럼 강약을 조절하면서 패턴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수비는 '거머리'처럼 공격수에게 떨어지지 않는 것을 강조했다.
호랑이 발톱은 숨기고 있다
각진 바위도 오랜 세월에 걸쳐 비, 바람에 깎여 둥근 모양이 되듯 박 감독도 세월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압적으로 지시하던 시절은 지났다. 현 상황에서 내가 예전 방식대로 강하게 나가면 선수들은 더 가라앉게 된다. 지금은 한 발 물러나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 번 '호랑이'는 영원한 '호랑이'다. 박 감독은 "발톱은 숨기고 있을 뿐이다. 선수들도 나의 의외의 모습에 더 긴장한다. 역발상으로 선수들의 프로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고 했다.
안탈리아(터키)=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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