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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고개 숙일 필요없다, 쓴잔도 교훈이다

기사입력 2014-02-03 16:29 | 최종수정 2014-02-04 07:39

[포토] 공 차는 홍명보

굴곡없는 여정은 없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지난달 13일 출국한 홍명보호가 브라질과 미국으로 이어진 전지훈련을 마감하고 3일 귀국했다.

22일간 쉼없이 달렸다. 그러나 결과는 아팠다. 전지훈련을 결산하는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 1승2패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코스타리카와의 첫 평가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지만 30일 멕시코에 0대4로 대패했다. 2일 미국에게는 0대2로 무릎을 꿇었다. 1득점-6실점의 졸전이었다.

뼈아픈 현실이다. 하지만 전지훈련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6월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 때아닌 전지훈련 무용론에 이어 큰 무대가 남은 홍명보호를 잔인하게 흔들고 있다. 생산적인 비판은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도가 넘은 비난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8여년 전인 2005년 12월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이끈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K-리그와 충돌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의 해인 2006년 1~2월 6주간의 전지훈련을 계획했다. 그러나 K-리그 사령탑들이 반기를 들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맹목적인 헌신은 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신경전이 대단했다. 다행히 평행선이 꺾여 합의점을 찾았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K-리그 감독간의 회동으로 갈등은 봉합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희망대로 6주간의 전지훈련이 실시됐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월드컵의 해' 4주간의 훈련이다. A대표팀과 K-리그의 건설적인 약속이었다. 한국 축구만의 고유 규정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이끈 허정무 감독도 이 규정을 백분활용했다. 브라질월드컵 수장인 홍명보 감독은 3주간 20명의 K-리거, 2명의 J-리거와 함께했다.

현 시점에서 홍명보호는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면 된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더 이상의 우를 범하지 않으면 된다.


실보다 득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홍명보호의 주축이 유럽파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22명 중 몇 명이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할 지는 물음표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 월드컵까지 실험은 계속돼야 한다. '홍심'을 잡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태극전사들도 패전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단다. 다음에는 다를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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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도 없다. 비시즌이다. 통상 소속팀에서 1월 전지훈련을 거쳐 체력을 끌어올린 후 2월 연습경기를 통해 실점감각을 배양한다. 3주간의 살인적인 일정에서 100% 컨디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원정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지훈련이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홍 감독의 머릿속도 맑아질 수 있다.

또 하나, 홍명보호는 첫 캠프를 연 브라질에서 월드컵 실전 점검도 마쳤다. 음식, 숙박 등 5개월 뒤 본선에서 가동될 대표팀 지원 체계를 테스트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월드컵까지 가야할 길이 남았다. 결과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쓴잔도 교훈이다. 홍명보호에 대한 평가는 6월에 해도 늦지 않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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