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승2패, 1득점-6실점의 '졸전'이었다.
20명의 K-리거와 2명의 J-리거가 사선에 섰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모든 여정을 마무리한 후 현실을 이야기 했다. "선수들은 처해 있는 상황에서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결과는 졌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결과에 대한 부분은 감독인 저를 비난하면 될 것이다.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그 몫은 내 몫이다."
브라질, 미국으로 이어진 4주간의 훈련이었다. A매치 데이가 아니었다. 주축인 유럽파가 제외됐다. 기존 어린 선수들은 경험을 쌓기 위한 무대였다. 플랜 B도 집중 점검했다. 플랜B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대비한 새로운 얼굴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결과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용은 씁쓸했다. 비시즌의 살인적인 일정을 태극전사들이 견뎌내지 못했다. 곳곳이 암초였다. 기댈 언덕은 유럽파 뿐이었다. 그들의 빈자리만 진하게 느껴졌다.
태극전사들의 전지훈련을 총결산했다. A학점은 없었다. 절반이 넘는 선수들이 D학점 이하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왜 A학점이 없을까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진용은 1.8군에 가까웠다. 이청용(볼턴) 기성용(선덜랜드)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김보경(카디프시티) 홍정호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동아시아파 중에는 김영권(광저우 헝다) 한국영(가시와)이 없었다.
베스트 전력은 김승규(울산)와 정성룡(수원)이 포진한 골키퍼와 좌우 윙백인 김진수(니가타) 이 용(울산) 정도였다. 홍 감독은 미국전에서 가동할 수 있는 베스트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라운드의 리더는 없었다. 1m96인 김신욱(울산)의 높이를 활용한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해묵은 과제인 골결정력 부재가 재연됐다. 측면 공격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소극적인 플레이와 스피드가 실종되면서 효과적인 공세를 펼치지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수 연결고리를 하지 못했다. 공격은 수적열세에 허덕였다. 중앙 수비도 뒷공간 침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중심을 잡지 못하며 무너졌다.
현주소는 냉정했다. 비시즌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기력은 낙제점이었다. A학점을 받은 선수는 없었다.
|
왼쪽 윙백으로 눈도장을 받은 김진수는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22세의 막내다. 지난해와 또 달랐다. 태극마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과감한 오버래핑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홍심'을 자극했다. '포스트 이영표'로 자리매김했다. 오른쪽 윙백 이 용은 소중한 경험을 선물받았다. 코스타리카와 미국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김진수와 이 용은 그나마 제몫을 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박종우(부산)도 중앙 미드필더 경쟁에 가세했다. 날개와 윙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김민우(사간도스)와 오른쪽 측면의 고요한(서울)은 최종엔트리의 경계선을 넘나들었다. 5명은 B학점이었다.
김신욱과 이근호(상주), 두 공격 조합은 세 차례 모두 선발 투입됐다. 기복이 있었다. 코스타리카전에선 김신욱이 평가전의 유일한 골을 터트렸지만, 미국전에선 한계를 드러냈다. 이근호는 미국전에서 반짝했지만 전체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 호(상주)와 김기희(전북)는 사력을 다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4명은 C학점으로 충분했다.
정성룡과 김승규의 경쟁력, 이명주의 부진
골키퍼는 대안이 없다. 정성룡(수원) 김승규(울산) 이범영(부산) 체제는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도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규가 코스타리카와 멕시코, 정성룡은 미국전에서 골문을 지켰다. 수비라인이 무너진 탓도 있지만 김승규는 멕시코전에서 4골, 정성룡은 미국전에서 2골을 허용했다. 기회를 잡지 못한 이범영은 논외였다. 정성룡과 김승규는 2%가 부족했다. 좀처럼 선방이 보이지 않았다. 실점 상황에서 여지없이 골을 허용했다. 둘다 반전이 필요하다. D학점이었다.
이명주(포항)의 부진도 뼈아팠다. 이명주는 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에 근접해 있었다. 기성용 한국영 그 다음이 이명주였다. 하지만 활약상은 박종우와 이 호에도 밀렸다. 코스타리카, 멕시코전에서 선발 출전한 강민수(울산)와 미국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주영(서울), 3경기 모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이승기(전북)는 D학점의 활약이었다.
오랜만에 기회를 잡은 염기훈(수원)은 설명이 필요없다. 최악이었다. 박진포 김태환(이상 성남) 송진형(제주) 김대호(포항)는 월드컵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이지남(대구)은 존재감이 없었다.
실험은 끝났다. 홍 감독은 다음달 6일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유럽파가 포함된 최정예 멤버를 가동할 예정이다. 4주간의 전지 훈련으로 월드컵 최종엔트리(23명)의 경계선은 더 명확해 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