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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메시' 지소연(23)은 자타공인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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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2010년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직후 지소연에게도 축구화 후원사가 있었었다. 그러나 지소연의 활약과 무관하게, 여자축구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용품 후원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지소연에게 용품 스폰서가 없다는 사실은 '저평가'된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일본 실업리그 역시 연봉 수준은 높지 않다. 2010년 일본행 당시 알려진 지소연의 연봉은 400만엔(약 5500만원)이었다.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빠듯한 연봉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사와 호마레, 가와스미 나호미 등 '절친' 일본 국가대표 스타 선수들은 일본 여자축구의 뜨거운 인기속에 후원사, 광고, 각종 축구 관련 이벤트와 부수입이 끊이지 않았다. 잘나가는 일본 축구, '상대적 박탈감' 속에 '에이스' 지소연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독하게 이를 악물었다. 골로 말했다. 오롯한 실력으로 승부했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열었다.
지소연은 3일 잉글랜드 여자축구 최고 대우로 첼시 레이디스행을 확정지었다. 지소연의 이름 세글자가 각포털 인터넷 검색창 상위권을 휩쓸었다. 지난해 말 몹캐스트컵 국제클럽선수권 결승 첼시전(4대2 승)에서 지소연은 1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지소연을 만난 엠마 헤이스 첼시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다시 꼭 만나고 싶다.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쪽지를 직접 건넸다. 첼시 구단은 지소연을 '글로벌 스타'로 키워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영국 여자슈퍼리그(WSL)의 샐러리캡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축구선수 지소연에 대한 역대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잉글랜드 여자축구가 '지메시'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인정했다. 지소연이 뛰게 될 첼시의 공식 후원사는 마침, 한국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스포츠용품사 아디다스다.
지소연은 '지메시'로 통한다. 아시아 여자축구에서 지소연의 존재감은 '메시' 그 이상이다. 그녀가 걸어가는 길이 한국 여자축구의 길이요, 역사다. 여자월드컵 예선이 시작되는 2014년, 한국 여자축구는 '르네상스'를 노린다. '지메시'의 잉글랜드 진출은 그 시작점이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달릴 스물세살 '지메시'의 가치와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아시아 스타에서 글로벌 스타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1m61의 키로 1m80대 선수들을 압도하는 기적같은 드리블과 마법같은 슈팅력, 빅매치에서 기어이 골맛을 보고야 마는 해결사 본능,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까지… 세계가 먼저 알아본 그녀의 가치와 스타성에 대한 재평가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선수로 산다는 일이 더는 외롭지 않기를.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