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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1)이 취임 첫 해에 큰 족적을 남겼다.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20세 이하) 개최지가 대한민국으로 결정됐다. 한국은 6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북동부의 휴양도시 코스타도 사우이페에서 열린 FIFA 집행위원회에서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2002년 월드컵, 2007년 17세 이하 월드컵에 이어 FIFA 주관 4대 남자 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일본(2002년), 멕시코(2011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의 쾌거다.
지난 1월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오른 그는 '국제 축구사회에서의 영향력 제고 및 국제대회 유치'를 목표로 5월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2017년이면 국제 대회를 개최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한국 축구에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했다. 정 회장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국가로 대회 운영 능력, 인프라 등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축구를 지지하는 팬들의 열망을 지구촌 가족에게 다시 소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대회 유치를 통해 국제 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이웃인 아시아 국가에는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창립 80주년을 맞은 축구협회는 내부적으로 진정한 축구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
FIFA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후 뛰고 또 뛰었다. 총 15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가 열린 스위스 취리히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미국과 터키에서 각각 열린 북중미 골드컵과 2013년 20세 이하 FIFA 월드컵 등을 찾았다. 투표를 행사할 25명의 FIFA 집행위원을 일일이 만났다.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며 지지를 부탁했다.
사전정지 작업도 돋보였다. 대륙별 순환개최 원칙을 적용하면 아시아가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가장 최근의 아시아 개최지는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였다. 이후 유럽(2005년, 네덜란드)→북미(2007년, 캐나다)→아프리카(2009년, 이집트)→남미(2011년, 콜롬비아)→유럽(2013년, 터키)→오세아니아(뉴질랜드, 2015년) 순으로 열렸다.
AFC를 설득해 유치전에 뛰어든 사우디아라비아를 포기시켰다. 그 외 국가들도 차례로 중재에 나섰다. 남아공은 2010년 월드컵 개최의 인프라와 경험을 앞세워 도전했다. 2016년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을 개최하는 쪽으로 양보를 받았다. 멕시코는 2016년이 협회 창립 100주년이라며 대회 개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다행히 2016년 FIFA 총회 개최를 멕시코에 양보하는 조건으로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성과는 크다. 20세 이하 월드컵은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되는 청소년 대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정 회장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유소년축구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대회 콘셉트를 청소년 이미지에 맞게 순수함과 청렴함으로 설정, 축구계의 각종 비리와 차별로부터 벗어나고 전 세계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클린 월드컵'으로의 기틀을 마련하는 대회로 개최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20세 이하 월드컵 유치 노하우를 살려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2019년 여자월드컵 유치도 노려볼 계획이다. 여자월드컵은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리며, 2019년 대회 개최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FIFA 남자랭킹이 54위에 불과한 반면, 여자는 17위에 올라 있다. 경쟁력은 있다. 또 2022년 카타르월드컵 불발될 경우 재도전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은 3년 전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현재 카타르의 살인적인 더위로 말들이 많다. 최악의 경우 개최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정 회장은 브라질에서 열린 조추첨식이 끝난 직후 FIFA 클럽월드컵을 관전하기 위해 모로코로 떠났다.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