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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스타 한 명 없었다. 전력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까지 보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은 지난 3월 리그 개막 시점부터 7월 중순까지 4개월 넘게 고공비행 했다. 울산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뒤에도 뒤처지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 등 50경기에 달하는 살인일정을 소화하고도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달 FA컵 우승 당시만 해도 돌풍에 그치는 듯 했던 포항의 행보는 6년 만의 K-리그 제패로 귀결됐다.
원동력은 '메이드 인 포항', 유스 시스템의 힘이다. 포항은 일찍 유스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포항의 산파 역할을 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열정이 숨어 있다. 2003년 포철동초-포철중-포철공고로 이어지는 유스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성장기를 거쳐 200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유스의 꽃은 황선홍 포항 감독이 틔웠다. 올 시즌 유스 기반으로 성장한 선수들을 중용했다.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성장한 선수들의 힘을 믿었다. 총 36명의 선수단 중 3분의 1에 달하는 14명의 유스 출신 선수들이 속속 그라운드로 호출을 받았다. 이들 중 올 시즌 클래식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는 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신인왕 이명주와 초중고 시절을 모두 포항 유스에서 보낸 신광훈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호출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황진성 고무열 배천석 이광훈 문창진 김준수 신화용 역시 외국인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면서 포항의 우승에 일조했다. 황 감독의 마지막 카드도 유스였다. 울산과의 클래식 최종전에는 선발 11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5명의 선수들이 포항 유스 출신이었다.
아직도 강철군단의 일원을 꿈꾸는 신예들이 즐비하다. 올해 기준으로 포철공고에 35명, 포철중에 33명, 포철동초 43명 등 총 111명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미래의 강철전사를 꿈꾸고 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유스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조직력 뿐만 아니라 구단 전통을 만들어 가는데도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을 평정한 '메이드 인 포항'은 한국 축구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