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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의, 김상식에 의한, 김상식을 위한 경기였다.
11명의 '녹색전사'가 등번호 4번을 달고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전북의 서포터스는 그의 이름을 세 차례 연호했다. '전북의 레전드' 김상식(37)과 이별을 맞이한 전북과 동료,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였다. 김상식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은퇴 이벤트로는 흔치 않은 장면, 다 이유가 있었다. 세상은 그를 '반칙왕'이라고 불렀다. 서울전까지 458경기에서 기록한 970개의 파울, 경고는 79개로 김한윤(성남·143개)에 이은 통산 2위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어쩔 수 없이 파울을 많이 하는 위치지만 그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반칙왕' 김상식은 그라운드를 떠나며 자신을 위해 힘껏 휘슬을 불어준 심판을 위해 마지막 이벤트를 열었다. 김상식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반칙을 많이 해서 심판들과 많이 싸웠다. 진심은 항상 죄송했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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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씩씩함으로 눌러왔던 가슴 속 강한 울림은 종료 휘슬과 동시에 터져 나왔다. 부모님과 아내, 세 명의 자녀가 그라운드에서 그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순간, 끝내 울먹거렸다. 이별 인사는 짧고 굵었다. 한동안 마이크를 잡고 말을 잇지 못하던 김상식은 "더 멋진 지도자로 전북에 돌아오겠습니다"라는 말로 이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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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은 이제 15년간의 화려했던 프로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계획이다. 12월 4일부터 24일까지 대한축구협회 B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한 뒤 1년 동안 프랑스의 명문팀인 올림피크 리옹으로 해외 지도자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그를 위해 최강희 전북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도 용기를 북돋아줬다. 최강희 감독은 "김상식이 있어서 전북이 K-리그 명문팀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앞으로 지도자 공부를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한국 축구를 이끌고 가는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나도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상식에게 직접 축하 꽃다발을 전달한 최용수 감독은 "상식이는 항상 주인공보다 조연이었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을 하는 선수다. 또 위트와 센스가 있는 친구다. 이런 캐릭터는 항상 팀 분위기와 결과를 생각한다. 플레잉코치를 하고 지도자 연수를 간다. 차근차근 코스를 잘 밟고 있다. 기초 공사만 잘 하면 분명히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라며 덕담을 건넸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