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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27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가진 강원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9라운드의 해답은 오직 '승리'였다. 한 계단 위에 있는 강원과의 승점차는 불과 2점. 한 경기 승리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었다. 30일 경남과의 클래식 최종전까지 승리로 장식하면 꿈에 그리던 클래식 잔류도 현실이 될 수 있었다. 배수의 진을 쳤다. 제주 성남으로 이어진 원정 2연전에서 무패(1승1무)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세를 강릉까지 이어갔다. 나름의 승부수도 세웠다.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레안드리뉴를 축으로 황일수 조형익을 양 날개로 배치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아사모아와 산드로는 후반 히든카드로 준비했다. 중앙을 두텁게 다질 것이 분명했던 강원을 공략하기 위한 백종철 대구 감독의 맞춤전략이었다.
거기까지였다. 후반 35분과 40분 강원 최승인에게 잇달아 실점했다. 동점골 허용 직후 아끼고 있던 산드로를 급하게 내보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후반 24분 조형익을 빼고 조영훈을 투입하면서 수비에 좀 더 무게를 둔 게 결국 독이 됐다. 결과는 2대2. 심판이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자, 강원 선수단은 환호한 반면, 승리를 자신하던 대구 벤치와 팬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친 대구(승점 31)는 경남전에서 무조건 승리한 뒤 강원(승점 33)-제주전 결과에 따라 클래식 잔류 여부가 판가름 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백 감독의 표정은 착잡했다. "고비를 벗어나야 하는데 끝까지 발목을 잡혔다." 그는 "여러 준비를 했고, 후반 중반까지 계획대로 잘 이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 감독 입장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판까지 집중력을 갖고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2-0 상황에서도 찬스가 이어졌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 대해 대책을 세웠는데, 선수들이 좀 더 분발했어야 했다. 나 자신의 판단미스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백 감독은 "(경남전에) 대구의 운명이 달려 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지만 최선을 다해 (잔류라는) 결과물을 내놓겠다. 선수들과 정신무장을 잘 하겠다"며 경남전 올인을 '선언'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