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지난해 대전 시티즌에 드래프트 2순위로 입단했다. 데뷔시즌 유상철 전 감독의 눈에 띄어 20경기를 소화했다.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지만, 인상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올시즌을 앞두고 황명규 대신 새로운 이름을 들고 나왔다. 더 좋은 선수가 되라며 부모님이 내린 결정이었다. 바뀐 것은 이름만이 아니었다.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대전의 잔류 파랑새로 거듭난 '집념의 사나이' 황지웅(24) 이야기다.
대전 시티즌은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핫한 팀이다. 4연승으로 강등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대전의 4연승은 5년만의 일이다. 그 중심에 황지웅이 있다. 지난 23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던 황지웅은 3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이다. 3경기 연속골은 대학시절 이후 처음이다. 황지웅의 골에는 특징이 있다. 멋진 드리블이나 환상적인 슈팅은 없다. 대신 '집념'이 담겨있다. 17일 성남전 결승골에는 황지웅의 투혼이 담겨있었다. 성남의 골키퍼 전상욱이 킥을 하려고 하자 압박을 위해 뛰어 들어갔다. 당황한 전상욱은 다급하게 볼을 처리하다가 그만 황지웅의 몸에 막혔다. 볼은 골문 안으로 꺾여 들어갔다. 지난 강원전에서도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의 볼을 뺏어낸 뒤 골을 성공시켰다. 황지웅은 "상대 수비의 볼을 뺏기란 쉽지 않다. 방해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간 것이 운좋게 골이 됐다"며 "죽기 살기로 뛰다보니 운이 따르고 있다"고 했다.
집념으로 기회를 얻은 그에게 주어진 선물은 '자신감'이다. 황지웅은 "1년차때 자신감이 없었다. 2년차가 되면서 극복하기위해 연습을 많이 하니까 자신감으로 나온 것 같다. 찬스가 오면 골 넣겠다는 생각이 넘친다. 이제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황지웅의 자신감은 실낱같은 잔류 희망을 이어가는 대전의 가장 큰 무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