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 탈출 전남 '병지삼촌'의 훈훈한 떡 선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11-14 07:47



지난 10일 전남 드래곤즈는 대구FC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후반 32분, 임경현의 프리킥 결승골로 '5연패' 수렁에서 탈출했다. 시즌 막판 5연패는 가혹했다. 강등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던 10위 전남이 코너에 몰렸다. 11위 경남에 승점 2점차로 쫓겼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날마다 원인불명의 두통에 시달렸다. 전남의 골문을 지키는 '레전드 수문장' 김병지에게도 5연패는 치욕스러웠다. 말할 수 없이 힘겨운 경험이었다. 연패끝에 찾아온 대구원정 승리는 달콤하고 짜릿했다. 하 감독은 "두통이 가시는 느낌이다. 이 시점에서 '난적' 대구전 승리는 단순한 승리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밤 '병지삼촌' 김병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다른 소회를 적었다. '600경기를 치르던 날, 3년의 목표를 정하고 첫해를 전남드래곤즈에서 보내고 있다. 줄곧 경기장을 지키고 후배들을 이끌고 독려하며 골대를 지키고 있다.(중략) 한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순간에 오직 하나, 승리만을 위한 투쟁심은, 흐릿해지는 경기 마지막 순간에도 간절함에 젖어 있다. 오늘 대구전 승리는 모두에게 주는 감사의 선물이며, 가르침이다.' 600경기 기념사진을 함께 올리며 남은 경기에서의 각오를 다졌다.

13일 오전, 전남 광양 전남 구단 사무실에 김병지가 찾아왔다. '깜짝 방문'이었다. 부인과 함께 정성스럽게 포장된 떡 상자를 내밀었다. "5연패 하는 동안 선수들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프런트들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습니까. 우리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테니 직원분들도 힘내십시오." 따뜻한 위로의 인사를 건넸다. '병지삼촌'의 예기치 못한 선물은 '감동'이었다.

정구호 전남 홍보마케팅팀장은 "6년간 전남에서 일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이라고 했다. 가장 힘든 순간, 주변을 돌아본 마음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김병지에게 '정말 행복합니다. 아름다고 멋진 마음의 선물 덕분에 즐거운 하루가 될 것같습니다'라는 문자를 띄웠다. 구단 직원들은 "레전드 선수라 그런지 역시 마음씀씀이가 다르더라", "직원들을 한가족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가슴이 찡했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떡을 한껏 베어문 직원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병지삼촌'은 K-리그에서 640경기를 뛴 철인이자, 배려를 아는 프로다. 시련을 같이 극복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며 전남은 위기에서 탈출하고 있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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