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반 서울 에스쿠데로가 선취골을 터뜨리며 기뻐하고 있다. ACL 우승팀에는 상금 150만달러(약 15억9000만원)와 함께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클럽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K리그는 최근 5년 연속 ACL 결승에 올랐다. 포항(2009년), 성남(2010년), 울산(2012년)이 우승컵에 입맞춤했고, 전북(2011년)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26/
결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FC서울과 광저우 헝다, 한 팀이 아시아 클럽 축구의 지존에 오른다. 서울은 7일 격전지인 광저우로 출국했다. D-데이는 9일이다. 오후 9시(한국시각) 광저우의 안방인 톈허스타디움에서 운명의 휘슬이 울린다.
두 팀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1차전에서 2대2로 비겼다. 2차전에서 우승팀이 가려진다. 광저우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홈 2차전에서 서울을 3대0으로 이긴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이 구단 홈페이지의 대문을 장식했다. 두 구단의 이름과 엠블럼 밑에 제시된 수학 문제를 풀면 광저우가 서울을 3대0으로 완파할 것이라는 해답이 나온다. 광저우의 득점은 인도의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이 3을 풀이한 수열이고, 서울의 득점은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증명한 공식이다.
ACL 우승 상금은 150만달러(약 16억원), K-리그 클래식(5억원)의 3배다. 이 뿐이 아니다. 12월 각 대륙 클럽 챔피언이 참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권도 주어진다. 서울의 양 어깨에 5년 연속 ACL 결승에 오른 K-리그의 자존심도 걸렸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입가에는 긴장 대신 미소가 번지고 있다. 선수들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진단다. 외국인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데-몰-쿠데로'는 심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온통 초점은 광저우의 핵인 외국인 3인방에 맞춰지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무리퀴(27·이적료 350만달러·약 37억원)와 엘케손(24·이적료 750만달러·약 79억원), 아르헨티나의 콘카(30·이적료 1000만달러·약 106억원)의 몸값은 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서울의 외국인 선수들이 느끼기에도 아시아 축구의 상식에서 벗어난다. 광저우 3인방은 수비 부담없이 공격을 지휘한다. 중국 슈퍼리그와 ACL을 합쳐 엘케손은 34경기에 출전해 29골, 무리퀴는 22골을 터뜨렸다. 엘케손은 중국 슈퍼리그, 무리퀴는 ACL 득점 선두다. 콘카의 영리한 경기 운영은 별미다.
데얀(32·몬테네그로)과 몰리나(33·콜롬비아), 에스쿠데로(25·일본)도 서울 공격의 키다. 데얀은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K-리그의 주포다. 지난해 도움왕 몰리나는 K-리그 최단 기간 50(골)-50(도움)을 달성한 전천후 공격수다. 침체기를 걷다 2일 수원과의 슈퍼매치(2대1 승)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난해 K-리그에 둥지를 튼 에스쿠데로는 결승 1차전에서 데얀과 함께 각각 1골-1도움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이 간 명성의 회복을 위한 이들의 사투는 눈물겹다. 훈련 때의 집중력은 두 말 할 필요없다. 끝난 후에도 자발적으로 슈팅 훈련을 하는 등 그 날을 준비하고 있다. 최 감독은 "훈련 후 별도로 슈팅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데얀은 돈 보다는 팀 정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팬들과 함께 꼭 ACL 우승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10년 성남에서 ACL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몰리나는 냉정과 열정을 얘기했다. 에스쿠데로는 서울의 '용병'들이 광저우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저우는 득점없이 비기기만해도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우승컵을 품에 안는다. 서울은 어떻게든 골망을 흔들어야 한다. 데얀과 몰리나, 에스쿠데로의 발끝에 시선이 모아진다. 이들이 곧 서울의 운명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