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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얼굴값을 전주에서 가져가겠다."
황선홍 포항 감독에게 2013년은 '영욕의 해'다.
황 감독은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년 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필승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전북은 좋은 팀이다. 이런팀과 우승컵을 놓고 겨룬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원정 경기고 스쿼드도 전북이 좋기에 어렵겠지만, 우리는 경기를 준비하면서 한 순간도 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황 감독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우승컵을 가지고 포항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포항은 전북전을 앞두고 2주 가량 준비 기간을 거쳤다. 지쳤던 몸을 쉬었고, 조직력도 한층 강화됐다. 반면 전북은 홈 경기지만 주포 이동국과 공격 연결고리 이승기가 부상으로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연장전에 간다고 보고 승부차기도 준비하고 있다"며 "심적으로 (흐름을) 여유있게 가져갈 것이다. 전북이 워낙 공격력이 좋기에 방어를 하는데 신경써야 할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끈하게 경기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단판 승부기 때문에 다음은 없다"며 "우리 선수들을 철저히 믿고 있기에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그게 조직력인데 내 능력보다는 팀적인 조직력을 앞세우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운동장에서 그런 것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포항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심적 압박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FA컵을 우승하고 정규리그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우승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이번 결승전에서 포항이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FA컵 최다 우승(4회)과 통산 3번째 연속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해 스틸야드에서 '철조망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던 황 감독이 옛 기억을 떠올려 볼 만하다. 올해도 완산벌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싶은 욕구가 클 것 같다. 황 감독은 "세리머니를 많이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웃으면서 "경기에 집중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겠다"고 다짐했다. 동석한 최강희 전북 감독이 '얼굴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얄굳은 농을 건네자 "말씀대로 얼굴이 많이 상했다. 상한 얼굴값을 전주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받아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