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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수비 흔든 김보경, 본선이 보인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10-13 14:54


◇김보경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상대 수비진을 뚫고 드리블 하고 있다. 상암=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의 문을 서서히 열어가고 있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김보경의 진가는 그대로 드러났다. 촘촘하게 배치된 상대 수비진의 틈 사이에서 공격진이 답을 못 찾는 사이, 김보경 만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화려한 개인기와 스피드, 여유로 무장한 브라질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6만여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지동원(선덜랜드) 이청용(볼턴)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 공격진들의 부진 속에 김보경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90분 내내 답답했던 브라질전의 한 줄기 빛은 김보경이었다.

김보경이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를 떠나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카디프시티에 입단할 때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프리미어리그(EPL)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시각과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챔피언십에서 왜소한 체격으로 버티긴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리버풀 등 EPL 팀의 제안도 받았다. 그러나 김보경은 카디프를 택했다. 말키 맥케이 감독의 장기적인 육성 계획과 카디프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김보경의 마음을 움직였다. 카디프 구단 사무국장까지 직접 방한해 취업비자(워크퍼밋) 문제에 발목 잡혔던 김보경을 데려갈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시즌 초반 확 바뀐 리그 스타일과 언어 문제로 고생을 하기도 했다. 꾸준히 인내하고 노력했다. 체격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갈고 닦은 무기는 스피드와 투지였다. 상대 수비진이 겹겹이 둘러싼 틈을 파고 들어가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수비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상대 선수와 신경전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맨시티와의 맞대결에서 상대 수비수를 유연하게 제치면서 득점 장면에 기여하는 결과를 내면서 자신감이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장착했다.

카디프에 입단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김보경의 머릿 속에는 여전히 온통 축구 뿐이다. 김보경 측 관계자는 "A대표팀 합류를 위해 영국에서 귀국한 뒤 시차와 컨디션 관리 뿐만 아니라 카디프에서 드러났던 장단점 보완 계획 등을 묻더라"며 "챔피언십에서 겪은 소중한 경험이 한층 성숙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브라질전 활약에 고무될 만하지만, 여전히 차분한 김보경이다. 그는 브라질전을 마친 뒤 "세밀함과 조직력을 좀 더 다져야 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브라질 공격의 축 역할을 했던 네이마르(바르셀로나)에 대해선 "(실력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장의 승패보다는 팀에 기여하기 위해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챔피언십에서 뿌린 씨앗은 EPL과 A대표팀에서 결실의 싹을 틔우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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