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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의 문을 서서히 열어가고 있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김보경의 진가는 그대로 드러났다. 촘촘하게 배치된 상대 수비진의 틈 사이에서 공격진이 답을 못 찾는 사이, 김보경 만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화려한 개인기와 스피드, 여유로 무장한 브라질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6만여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지동원(선덜랜드) 이청용(볼턴)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 공격진들의 부진 속에 김보경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90분 내내 답답했던 브라질전의 한 줄기 빛은 김보경이었다.
카디프에 입단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김보경의 머릿 속에는 여전히 온통 축구 뿐이다. 김보경 측 관계자는 "A대표팀 합류를 위해 영국에서 귀국한 뒤 시차와 컨디션 관리 뿐만 아니라 카디프에서 드러났던 장단점 보완 계획 등을 묻더라"며 "챔피언십에서 겪은 소중한 경험이 한층 성숙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브라질전 활약에 고무될 만하지만, 여전히 차분한 김보경이다. 그는 브라질전을 마친 뒤 "세밀함과 조직력을 좀 더 다져야 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브라질 공격의 축 역할을 했던 네이마르(바르셀로나)에 대해선 "(실력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장의 승패보다는 팀에 기여하기 위해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챔피언십에서 뿌린 씨앗은 EPL과 A대표팀에서 결실의 싹을 틔우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