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벌 '논바닥 잔디',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9-23 07:25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비상식 그라운드.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3년 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을 앞둔 전주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가 도마에 올랐다.

논바닥이었다. '국제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보름 동안 약 1억원을 투입, 8강전을 앞두고 원상 회복시켰다. 더 이상의 논란은 없었다. 진일보한 걸음을 내디뎠다. 장맛철의 이상기온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전주월드컵기장은 최근 K-리그 최고의 그라운드로 인정받아 '그린 스타디움상'을 수상했다. 혹독한 환경을 잘 견뎠다. '그린 스타디움상'은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경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잔디 관리에 힘쓴 경기장 관리 주체에게 프로축구연맹이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인 포항스틸야드는 최근 쏟아지는 질타에 잔디 교체를 전격 결정했다. 포항 구단은 "부분적인 보수 만으로는 최상의 그라운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다.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발표했다. 포항은 22일 울산전을 필두로 그룹A 홈 6경기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눈물겨운 노력이 있는 반면 여론과는 동떨어진 그라운드가 있다. 여러차례 경고음이 울렸다. 하지만 결국 '국제 망신'을 당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한국 축구의 격을 떨어뜨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스포츠조선은 이달 초 '이제는 클래스다!' 코너를 통해 상암벌의 '비상식 그라운드'를 지적했다. 그라운드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곳곳이 맨땅이다. 급하게 잔디를 손질하지만 선수들이 한 번 지나가면 끝이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패스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드리블도 쉽지 않다. 선수들은 볼을 차면서도 틈만 나면 패인 잔디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3류 그라운드 탓에 선수들도 부상에 노출돼 있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ACL 8강 2차전이 벌어졌다. FC서울이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올랐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었다. 비토르 페레이라 알 아흘리 감독은 "우리는 패스를 통해 경기 운영을 풀어나가는 팀인데 잔디가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토로했다. 아쉽기는 최용수 서울 감독도 마찬가지다. "좋은 잔디에서 좋은 패싱 축구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서울과 알아흘리전은 아시아 전역에 중계됐다.

'인재'다. 전형적인 복지부동의 산물이다. 서울특별시의 현주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시민을 미소짓게, 서울을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공기업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한다. 서울시 산하에 있다. 여론의 지적에도 반응은 더뎠다. 반성은 없었다. 조목조목 절차만 따졌다. 잔디 복구를 위해 6000만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했지만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최근 승인이 떨어졌지만 입찰을 통해 잔디 보수 업체를 또 선정해야 한단다. 서울은 25일 에스테그랄(이란)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ACL 4강 1차전을 치른다. 그 때까지 원상 회복되진 못한다. 또 한번 국제 망신을 당할 일만 남았다. 다음달 12일 브라질과의 A매치에 맞춰 긴급 보수 작업을 마칠 계획이란다. A매치와 ACL, 차별을 두는 발상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스포츠를 바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능력이 안되면 기업구단에 그라운드 운영을 맡기면 된다. 밥그릇은 내놓지 않으면서도 관리는 부실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한축구협회도 문제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영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1국가-1협회'를 원칙으로 한다. 대외 창구는 프로연맹이 아닌 축구협회다. 축구협회 고위관계자들은 서울의 8강 2차전을 현장에서 관전한 후 상암벌의 어두운 현실을 직시했다. 그리고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걱정으로 우려를 토해냈다. 그러나 ACL도 신경을 써야하는 무대다. 어떤 경로든 사전에 우려를 전달했어야 했다. 일본축구협회의 경우 ACL이 열리는 경기마다 관계자들을 파견해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극과 극의 후진 행정이다.

인구 1000만의 수도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스포츠 경쟁력은 낙제점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