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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극장, 지옥과 천당 오간 마지막 4분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9-01 21:33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었다. 기적이었다.

1일 포항전, 부산은 손쉽게 그룹A행 티켓을 거머쥐는 듯 했다. 전반 43분 한지호의 선제골로 얻은 리드를 후반 막판까지 지켰다. 포항의 패스축구는 이날 따라 무거웠다. 반면 부산 골키퍼 이범영의 선방쇼까지 펼쳐졌다. 부산 관계자들은 여유가 넘쳤다. 승리의 여신은 싱겁게 부산의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

후반 막판 흐름이 요동쳤다. 이범영의 손에 맞고 튀어나온 볼을 포항 공격수 김은중이 밀어 넣으며 1-1 동점이 됐다. 결정적인 슛을 4개나 막아냈던 이범영은 그라운드에 드러누웠고, 부산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땅만 바라봤다. 1만2000여 포항 팬들의 함성 속에 부산의 그룹A행 꿈도 점점 멀어졌다. 대기심이 들고 나온 추가시간은 4분, 부산에겐 마지막 기회였다.

승리 외엔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닥공(닥치고 공격) 밖에 길이 없었다. 절박함은 결국 기적을 만들어 냈다. 후반 47분 포항 진영 페널티박스 왼쪽까지 치고 들어간 임상협의 패스를 문전 쇄도하던 박용호가 왼발로 밀어넣었다. 선수나 벤치, 팬 모두 환호했지만, 활짝 웃진 못했다. 성남이 마음에 걸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초조하게 경남-성남전 결과를 기다리던 부산은 스플릿 A행이 확정되자 그라운드를 뛰어 다니며 비로소 웃음을 지었다. 윤성효 부산 감독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며 "모두 우리의 그룹A행이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그 말이 동기부여가 됐다. 그룹A에서 부산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미소 지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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