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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보경(24·카디프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안착 성패를 가를 요소로 지적됐던 것이 적극성과 체격이었다.
챔피언십(2부리그) 무대에서 주전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EPL과의 격차는 크다. 한 차원 다른 패스와 빠른 속도, 거친 플레이가 수놓는 무대다. 김보경은 챔피언십에서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출중한 개인기를 갖췄으나, 체격에선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본연의 임무인 공격에서도 빛났다. 후반 16분에는 시즌 첫 공격포인트 직전까지 갔다. 에버턴 수비진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공간 침투하던 크레이그 벨라미에게 침투패스를 연결,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를 열었다. 이날 카디프가 잡은 가장 좋은 찬스였다. 볼 터치가 길어 득점 찬스를 놓친 벨라미가 이후 직접 김보경을 불러 박수를 쳐줄 정도였다. 상대 수비가 열린 상황에서 과감하게 슛을 연결하고 상대 밀집 마크를 드리블로 깨는 시도 등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보완해야 할 숙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풀타임을 소화할 만한 체력 강화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웨스트햄전에 이어 에버턴전에서도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는 경향을 드러냈다. 후반전에는 수비보다 처진 공격수 임무에 치중했으나, 움직임은 전반전과 달리 둔해졌다.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할 만한 체력을 만드는 것이 롱런의 첫 번째 조건이다. 냉정한 판단도 필요하다. 개인기에 기반한 볼 점유나 드리블이 괜찮았던 반면, 패스 타이밍을 놓치며 상대 밀집 수비에 막히는 경우도 종종 드러났다. 한 박자 빠르게 패스 타이밍을 가져가야 한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두드러졌던 에버턴전이다. 좋은 출발이다. 그러나 시즌은 길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초심을 잃지 않아야 시즌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