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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이 긴팔을 고집하는 이유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8-28 08:16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찌는듯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엄청난 활동량에 지열까지. 땀을 비오듯 쏟는 제자들에게 감독들은 "더 뛰라는 말을 하기가 미안하다"고 할 정도다. 이 지독한 무더위속에서도 긴 팔을 고수하는 선수가 있다. '대전의 공격수' 김병석(28)이 주인공이다.

최근 대전의 경기를 보면 김병석이 가장 눈에 띈다. 돋보이는 플레이 때문만은 아니다. 반팔 선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일하게 긴소매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유를 물었다. 징크스, 문신 등의 대답을 기대했다. 의외로 경기력 때문이었다. 김병석은 긴팔 예찬을 펼쳤다. 김병석은 "반팔을 입으면 땀이 흘러서 신경이 쓰인다. 긴팔을 입으면 땀 닦기도 편하고 더 좋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재질이 같아 긴 팔이 더 더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실 김병석은 지난해에도 긴 팔을 입으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유니폼 담당자에게 긴 팔 좀 준비해달라고 했다. 유니폼 담당자가 여름에 긴 팔을 요청받은 전례가 없어서 놀래는 눈치였다. 주문한 것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반 팔을 입었다"고 했다. 김병석은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유니폼 담당자를 찾아 긴 팔을 다시 요청했다. 김병석은 올시즌 여름, 겨울, 실전, 연습 상관없이 긴 팔만 입는다. 김병석의 긴 팔 사랑에 팀 동료들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병석은 "동료들도 '왜 긴 팔만 입냐'고 자주 묻는다. 살도 안타고, 편하다고 얘기하는데 안 믿는 눈치다"며 웃었다.

김병석은 대전의 에이스다. 그의 활약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그는 최근 걱정이 많았다. 결정력에서 문제를 보였기 때문이다. 플라타와 아리아스가 가세하며, 김병석에 찬스가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병석은 "팀에 많이 미안했다. 좋은 상황을 골로 연결시켰으면 쉬운 경기를 할 수 있는데, 자꾸 놓치니까 동료들 보기가 미안했다"고 했다. 마침내 강원전(2대0)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147일만의 승리에 일조했다. 특히 김병석이 K-리그 클래식에서 넣은 6골 중 첫번째로 발로 넣은 골이었다. 그 전 5골은 모두 머리로 기록했다. 김병석은 "골을 넣어 너무 좋았다. 강원전 승리 후 확실히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진 느낌이다"고 했다.

김병석은 최근 들어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김병석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원래 작년 말에 할 생각이었지만, 여건상 다시 한번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6월 초 딸 사랑이가 태어났다. 여기에 군대 문제 때문에 실질적으로 클래식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다. 김병석은 "딸도 태어나고, 군대 문제도 걸려 있어서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크다. 골을 넣지 못해도 좋다. 반드시 대전을 잔류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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