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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에 '슈퍼매치(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를 이을 또 하나의 명품 매치가 탄생할 수 있을까.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인더비'가 탄생할 조짐이 보인다. 무더위를 날릴 만한 시원한 골폭풍과 '슈퍼 매치' 못지않은 뛰어난 경기력 등 라이벌전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모두 품고 있다.
'펠레스코어' 난타전 이유는?
화끈한 공격 축구의 향연이다. 두 팀이 만나면 한 팀은 기본적으로 3골은 넣는다. 서울이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22라운드 인천전에서 3대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서울과 인천은 3경기 연속으로 '펠레 스코어(3대2 경기)'를 만들어내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치열한 '경인더비'의 역사가 시작된 경기는 지난해 7월 15일에 열렸다. 당시 인천은 2-2로 맞선 후반 46분, 빠울로의 극적인 결승골로 3대2 승리를 거뒀다. 그해 4월, 허정무 전 감독의 사퇴 이후 감독 대행에 오른 김봉길 감독은 이날 승리를 계기로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올해 3월 9일 열린 올시즌 첫 대결 승자도 인천이었다. 두 경기 연속 3대2 승리를 완성했다. 그러나 세 번째 펠레스코어의 주인공은 서울이었다. 최근 절찬리에 상영 중인 '서울 극장'으로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3경기 연속 골맛을 보지 못했던 데얀이 후반 46분 극적인 결승골을 쏘아 올렸고, 서울은 인천전 2연패의 아픔을, 화끈한 승리로 되갚았다. 난타전이었던 3경기에 '못한 팀'은 없었다. '더 잘한 팀'이 승점 3점을 챙겼을 뿐이다. 쉬지 않고 터지는 골 잔치에 팬들과 그라운드가 춤을 췄다.
그렇다면 왜, 서울과 인천은 만나기만 하면 골 잔치를 벌이는 것일까.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인천에 공을 돌렸다. "맞불 경기가 진짜 재미있다. 인천은 수비가 강했지만 최근 팀이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난타전을 하게 됐다." 김봉길 인천 감독 역시 맞불 작전을 이유로 꼽았다. "움츠린다고 되는게 아니다. 서울은 수비에 약점이 있으니 오히려 공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먹을 건 먹어도 넣을 건 넣겠다." 공격이 강한 서울에 '공격 축구'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인천의 전략이 만나, 3경기 연속 펠레스코어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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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매치'는 서울과 수원 구단간 '앙숙의 역사' 이외에, 최용수 서울 감독과 윤성효 전 수원 감독(현 부산 감독)의 관계로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두 감독은 중·고·대학(동래중→동래고→연세대) 직속 선후배사이다. 사석에서의 친분과 달리 그라운드에선 처절하게 싸웠다. 최 감독에게 윤 감독이 이끌던 수원은 '벽'이었다. 1무5패로 힘을 쓰지 못했다. 두 감독의 인연은 '슈퍼매치'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양념이었다. '경인더비'에도 이런 인연이 존재한다. 김 감독과 최 감독은 연세대 동문 관계다. 사석에서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선후배의 정을 나누고 있다. 감독 대행을 거쳐 현 소속팀의 사령탑을 지낸 지도자 역사도 비슷하다. 또 두 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을 품고 있다. 2002년 태극전사 '집합소'인 인천은 김남일을 비롯해 설기현 이천수가 함께 뛰고 있다. 서울은 최용수 감독을 비롯해 차두리가 있다. 2002년 태극 전사 5명이 한 그라운드에서 호흡하는 명장면이 바로 '경인더비'에 있다. 고려대학고 선후배 사이인 차두리와 이천수의 스타기질은 '경인더비'를 더 뜨겁게 달굴 수 있는 요소다. 양 팀의 사령탑도 '경인더비'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최 감독은 "K-리그가 인기몰이를 하기 위해서는 시원한 공격 축구를 해야 한다. 3경기 연속 5골이 나온 경기였다. 오늘 많은 팬들도 왔고, 인천과 앞으로 좋은 매치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했다. 김 감독은 "서울 같은 좋은 팀과 라이벌이 된다면 기분 좋은 일"이라며 반겼다. 이쯤이면 K-리그 팬들이 '슈퍼매치'를 이을 또 하나의 명품 매치로 '경인 더비'를 주목해볼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