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원톱과 4-2-3-1 함정, 해법은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7-29 16:45 | 최종수정 2013-07-30 07:53


2013 EAFF 동아시안컵 남자부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28일 잠실종합운동장서 열렸다. 한국이 1대2로 일본에 패한 가운데 홍명보 감독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7.28/

홍명보호 1기의 문이 닫혔다.

동아시안컵 3위, 2무1패(승점 2)가 성적표였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젊은피의 잠재력을 확인했으나 적지 않은 과제도 남았다. 가장 큰 현안은 역시 골결정력이었다. 3경기에서 단 한 골에 그쳤다. 물론 골 결정력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해묵은 과제, 고질 등 수식어만해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축구는 골로 말한다. 피할 수 없는 대명제다. 단기간에 해소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열쇠를 찾아야 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운명이 걸렸다. 홍명보 감독의 숙명이다. 과연 탈출구는 없을까.

원톱의 한계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축구에서 원톱이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K-리그에선 외국인 선수들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자원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한정돼 있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홍명보호 1기에선 김신욱(울산) 김동섭(성남) 서동현(제주)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동섭이 호주(0대0 무)와 일본(1대2 패), 서동현이 중국(0대0 무)전에서 선발 출전했다. 김신욱은 3경기 연속 조커로 기용됐다. 김신욱은 1m96, 서동현은 1m88, 김동섭은 1m87로 장신이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큰 키를 바탕으로 공격 루트를 개척한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은 기대를 밑돌았다. 밀집수비의 벽에 부딪히면서 개인 기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스스로 고립됐고, 조직적인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중반 이후에는 큰 키의 유혹에 넘어가 단조로운 패턴의 덫에 걸렸다. 공격라인의 수적 열세로 이어져 결국 원톱은 골을 터트리는 데 실패했다. 유일한 골맛을 본 윤일록(서울)은 미드필더였다.

4-2-3-1의 함정

홍명보호의 기본 시스템은 4-2-3-1이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한편 수비의 1차 저지선이다. 공격의 키는 원톱 바로 밑의 섀도 스트라이커가 쥐고 있다. 원톱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섀도 스트라이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승기(전북)와 윤일록이 그 자리에 섰다. 하지만 역할 분담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빈공간을 활용한 플레이는 박수받을 만 했다. 하지만 이동에 따른 빈공간을 누구도 메워주지 못했다. 더블 볼란치가 라인을 끌어올리지도 못했고, 포지션에 따른 약속된 위치 이동도 나오지 않았다. 연쇄적인 부실이었다. 더블 볼란치와 최전방 공격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단단한 수비에 비해 화력이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법은 무엇일까

결국 1차적인 문제는 자원이다. 한정된 공격수로 원톱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현대 축구는 전술에 맞게 자연스럽게 포지션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 '제로톱'이 그 중 하나다. 홍명보호 1기를 통해 좌우측 날개는 더 풍성해졌다. 미드필더들을 원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좌우측 윙백의 경우 날개로 보직변경을 할 수 있다. 미드필더들은 경기를 읽는 눈이 더 영리하고, 예리하다. 예측불허의 포지션 이동을 통해 상대 수비라인도 교란시킬 수 있다.

섀도 스트라이커의 경우 약속된 전술적 지시가 필수다. 그 자리를 비울 시 누군가 메워야 한다. 더블 볼란치 중 한 명이 올라가 공수 연결 고리를 할 수 있다. 아니면 제2, 3의 대안을 마련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조직도를 완성해야 한다.

A대표팀은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 홍 감독은 이미 시간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짧은 시간에 골결정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홍명보호 2기는 페루와의 친선경기(8월 14일)에 앞서 다음달 12일 세상에 나올 전망이다. 골결정력 해소,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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