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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이민아(22·현대제철)의 별명은 배우 김태희다. 6월 WK-리그 올스타전에서 유니폼에 별명을 달고 뛴 이후 김태희로 불리고 있다. 이민아는 "별명은 내가 지은 것이 맞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이유가 있었다. 이벤트 경기라 웃음을 유발시키려고 했다. 내가 예쁘지 않기 때문에 예쁜 배우의 이름을 달고 뛰면 주목을 받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한 달 뒤 이민아의 외모는 팬들에게 인정받았다. 27일 숙적 일본과의 2013년 동아시안컵 여자 3차전에서 1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는데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찍었다. 축구선수답지 않은 귀여운 외모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민아는 "나는 절대 '얼짱'이 아니다. 실물을 보면 알 것"이라며 웃었다.
부모까지 설득해 시작한 축구선수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민아는 단 한 번도 축구를 하기 싫었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당연히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 저절로 극복이 되더라"고 말했다.
축구를 통해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뀐 이민아의 롤모델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선수들이다. 사비 에르난데스를 비롯해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다. 이민아는 "'은사'인 이상천 포항여정고 감독님께서 키(1m58)가 작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처럼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지도해주셨다. 그 때부터 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했다"고 했다.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 멤버인 이민아는 2011년 쉽지 않은 도전을 해야 했다. 포지션 변경이었다. 대구 상원중-포항여정고-여진전문대까지 고수했던 중앙 미드필더에서 현대제철에 입단 후 섀도 스트라이커로 바꾸었다. 이민아는 "섀도 스트라이커도 재미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이민아에게 잊지 못할 대회가 됐다. 교체멤버였고, 팀이 3위에 그쳤지만 마지막 숙적 일본을 꺾었다는 기쁨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이민아는 "두 번째 경기가 끝나고 많이 울었다. 여자축구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팬분들에게 얘기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했다. 일본전 승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가 돼 일본을 꺾어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