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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1년 만에 운명의 한-일전, '또 부숴 버릴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7-26 04:58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중국과 동아시안컵 2차전을 펼쳤다. 1차전에서 호주와 무승부를 기록한 홍명보 감독은 중국 전에서 대표팀 데뷔 첫 승에 도전한다.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화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7.24

한-일전에는 한 단어가 꼭 따라다닌다. '운명'이다.

대회, 친선경기 등 매치의 성격은 중요하지 않다. 승리하면 영웅, 패하면 역적이 된다. 1년 전이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단두대'에 섰다. 일본과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3~4위전)에서 맞닥뜨렸다. 패하면 4강까지 오른 탑이 모두 무너질 수 있었다. 절대 패해서는 안되는 최후의 승부였다

한-일전의 희비는 설명이 필요없다.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은 2011년 8월 10일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며 주저앉았다. 여론이 등을 돌렸고,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빌미로 12월초 경질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지휘했던 허정무 감독은 반대의 경우다. 그 해 초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중국에 0대3으로 완패했다. 32년간 이어진 공한증이 무너졌다. 27경기(16승11무) 무패 신화가 깨졌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한 경기로 만회했다. 나흘 뒤 열린 한-일전에서 3대1로 완승하며 성난 민심을 잠재웠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차범근 감독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대결했다. 원정에서 2대1 역전승하며 '도쿄대첩'을 완성했지만, 안방에서 0대2로 패하며 상승세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거추장한 말이 필요없었다. 선수들을 향한 홍 감독의 명령은 단호했다. "갖다 부숴버려." 태극전사들을 일깨운 한마디였다. 해피엔딩이었다. 숙적 일본을 2대0으로 꺾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홍 감독은 절대 지존인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을 넘어 최고의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이젠 팀이 달라졌다. 업그레이드됐다. 홍 감독은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운명이 참 얄궂다. 첫 걸음마에서 한-일전의 무대가 마련됐다. 한국은 28일 오후 8시 잠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숙적 일본과 2013년 동아시안컵 최종전을 치른다.

홍 감독은 호주, 중국과의 1, 2차전에서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필드 플레이어 21명이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의 화두도 실험이다. 뉴페이스로 가득하다. 그러나 한-일전은 차원이 다른 경기다. 더 이상 실험은 통용되지 않는다. 홍 감독도 누구보다 중요성을 알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1, 2차전을 통해 가린 옥석을 출격시킬 계획이다. 부담은 떨칠 수 없지만 또 한 번 '부숴버려'야 하는 것이 홍명보호의 과제다. 일본도 특별한 한판이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사이토 마나부(23·요코하마 F.마리노스)는 "런던올림픽 한국전에 대한 억울함은 당연히 남아 있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새로운 파트너를 만난 자케로니 감독은 "한국 축구를 높이 평가한다. 적극적이고 기술과 체력이 우수하다. 2년 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한국과 3차례 경기를 했는데 모두 어려운 경기였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홍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한-일전은 굳이 말을 안해도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전 직후에는 "남은 경기는 한-일전이다. 처음에 말했듯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거기에 승리를 얻을 수 있다면 더 값진 경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득점과 무실점의 톱니바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홍 감독, 한-일전은 무조건 넘어야 하는 고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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