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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에는 한 단어가 꼭 따라다닌다. '운명'이다.
거추장한 말이 필요없었다. 선수들을 향한 홍 감독의 명령은 단호했다. "갖다 부숴버려." 태극전사들을 일깨운 한마디였다. 해피엔딩이었다. 숙적 일본을 2대0으로 꺾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홍 감독은 절대 지존인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을 넘어 최고의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이젠 팀이 달라졌다. 업그레이드됐다. 홍 감독은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운명이 참 얄궂다. 첫 걸음마에서 한-일전의 무대가 마련됐다. 한국은 28일 오후 8시 잠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숙적 일본과 2013년 동아시안컵 최종전을 치른다.
홍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한-일전은 굳이 말을 안해도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전 직후에는 "남은 경기는 한-일전이다. 처음에 말했듯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거기에 승리를 얻을 수 있다면 더 값진 경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득점과 무실점의 톱니바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홍 감독, 한-일전은 무조건 넘어야 하는 고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