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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지울 길이 없었다. 첫 승리의 길은 멀고 험했다. 밀집 수비와 상대 골키퍼의 선방이 야속했다. 이제 외나무다리 진검승부만이 남았다. 홍명보호의 첫 승리는 28일 잠실 한-일전으로 미루지게 됐다.
물론 동아시안컵에 나서는 홍명보호의 1차 목표는 승리가 아니다. 준비 태세 점검이 홍명보호의 목표다. A대표팀이 소집되던 17일 홍 감독은 "전술, 선수 개개인의 기량 등 전체적인 걸 체크하겠다"고 말했다. 호주전과 중국전에서 홍 감독은 이같은 목표를 위해 팀을 운용했다. 두 경기에서 선발 명단을 확 바꾸었다. '선수를 체크하겠다'던 과제는 마쳤다.
승리가 없는 것이 계속 아쉽다. 두 경기 모두 경기 내용은 좋았다. 승리는 화룡점정이었다.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았다. 첫번째가 자신감이었다. 홍명보호 1기 선수들은 그동안 A대표팀에서 소외받았다. 유럽파의 이름값에 밀렸다. 주목받지 못한 이들에게 동아시안컵은 기회였다. 승리한다면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면서 성장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홍명보호가 출범하기 전 A대표팀은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저조한 경기력과 SNS 파문 등 각종 잡음에 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홍 감독은 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선수들에게 소집시 정장 착용을 지시했다. 신선한 시도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래도 최고의 신뢰 회복 방법은 승리였기에 아쉬움이 크다.
결국 한-일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시아 축구 맹주 자리를 걸고 벌이는 한 판 승부다. 한국과 일본 모두 최정예 멤버는 아니지만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특히 한국 축구의 성지였던 잠실에서 열린다. 자존심 싸움이다. 홍 감독으로서는 한-일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출범 초기 여론의 비판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면 멋진 승리를 거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팀의 상승세, 팬들의 신뢰 회복 등을 모두 손에 거머쥘 수 있게 된다. 외나무다리 위 한-일전. 이 한 판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
화성=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